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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활의 발견/역사와 인물 이야기

[중국]진시황의 의심

by 날숨 한호흡 2007. 7. 22.

 

 

왕전은 진시황을 도와 6국을 평정한 명장이었다.

그는 매우 신중하고도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그의 심려원모를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창 진나라가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키던 때였다.

당시 왕전은 노장이었는데, 또 이신이라는 젊은 장수가 있어서 매우 용맹을 떨치고 있었다.

어느 때 진시황이 두 사람을 불러놓고 의중을 물어보았다.

진시황은 먼저 이신에게 물었다.

"내가 형나라를 쳐서 빼앗으려고 하는데 얼마의 병사면 가능하겠소?"

 

이신은 대답하였다.

"20만 이상은 필요치 않습니다."

 

진시황은 다시 왕전에게 물었다. 그러자 왕전이 대답했다.

"60만이 아니고는 어렵습니다."

 

그러자 진시황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왕장군도 이제는 늙었구려. 무엇을 그리 겁낸단 말이요? 이장군은 과연 기세가 장하고 용맹하오.

이장군이 옳소."

 

드디어 이신에게 군사 20만을 주어 형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이신은 처음에는 과연 승리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마침내 크게 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제서야 진시황이 직접 왕전을 찾아가서 사과하여 말하였다.

"과인이 장군의 계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패하고 말았소이다.

지금 형나라 군대가 나날이 서쪽으로 진격해 온다고 하오.

장군이 어찌 나를 버릴 수가 있겠소?"

 

왕전이 사퇴하여 말했다.

"노신은 병들고 파리하고 정신이 혼란합니다. 대왕께서는 다른 장수를 택하십시오."

"그런 말은 마시오."

"대왕께서 부득이 저를 장수로 삼으실 양이면 60만이 아니면 안될 것입니다."

"장군의 계책에 따르겠소."

 

이에 왕전은 군사 60만을 거느리고 나가게 되었다.

진시황은 몸소 나와서 왕전을 배웅하였는데, 왕전은 왕에게 좋은 전답과 동산을 달라고 청하였다.

시황이 말했다.

"장군은 어서 가시오. 장군으로서 어찌 가난을 걱정한단 말이오?"

 

왕전이 아뢰었다.

"제가 대왕의 장군이 되어 적지 않은 공이 있었지만 아직껏 봉후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왕께서 저를 신임하시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전답등을 원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계책을 하는 것입니다."

 

시황은 껄껄 웃었다.

사실 그로서는 왕전은 그뒤로도 그 문제를 놓지 않고 사람을 다섯번이나 시황에게 보내어 그 약속을 챙기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왕전에게 말하였다.

"장군께서 임금에게 보상받기를 청하는 행위가 실로 심하십니다."

 

왕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 저 진왕은 성격이 조포하여 남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지금 나에게 나라를 텅비울 만큼 엄청난 사람을 뽑아 위임하게 되었다.

그러니 어찌 뒷날을 염려치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일부러 많은 전답과 주택 증을 청함으로써 내가 자식 문제와 재산 문제를 걱정하는 것뿐 다른 뜻이 없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진왕은 나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왕전은 마침내 형나라를 쳐서 이겼다.

 

[사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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