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생활의 발견/역사와 인물 이야기

이항복의 지혜

by 날숨 한호흡 2007. 8. 4.

 

 

선조와 광해군 때의 명신 이항복(李恒福)의 호는 백사(白沙)로 명장 권율(權慄)의 사위였다.

 

어렸을 때 항복은 권율 대감의 옆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항복의 집에는 큰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감나무에서는 해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리곤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감나무는 권 대감 집 담장 가까이 서 있었던 것이어서

가지의 대부분이 옆집 너머까지 뻗쳐 있었고,

이를 빙자하여(또 대감집이라는 세도를 빙자하여) 옆집 하인들은 항복네 감을 다 따가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를 안 어린 항복은 어떻게 대감네를 혼내줄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어느날 대감이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불쑥 대감댁을 방문하였다.

 

항복은 대뜸 대감이 머물고 있는 방안으로 팔을 쑥 밀어넣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봉창을 뚫고 들어온 어린 아이의 팔을 보고 대감이 놀라지야 않았겠지만,

요것 봐라 싶기는 했을 것이다.

 

항복이 방 밖에서 여쭈었다.

"대감, 이 팔은 누구의 것이오니까?"

 

권 대감이 대답하였다.

"이놈아, 그건 네놈의 팔이 아니냐?"

 

그러자 이 맹랑한 꼬마가 냉큼 받았다.

"그러하다면 담장을 넘어온 감은 또한 누구의 것이오니까?"

 

대감이 껄껄 웃고 하인들을 불러서 감을 다 돌려주도록 하였음은 물론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권율은 항복의 영특함을 알게 되어 마침내 딸을 항복에게 시집보냈던 것이다.

 

 

[숭어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