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虛空
허공이라. 허공은 과정이다.
그것을 추구하다 보면 본질에 이를 수 있으나
허공이 종착점은 아닌 것이지.
허나 만물이 어느 한 점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움직임으로 존재하매
허공은 그 중 가장 정제된 움직임이라.
정靜과 동動의 사이에 있는 것이 허공이니
무엇이건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그것이다.
촘촘할수록 순도 높은 물질인바
우주에서도 가장 촘촘하고 세밀한 곳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사이'
그것을 순간적으로 없애고 하나로 만드는 것이 호흡이다.
허공, 그것은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으리.
수련 중 잠시 들여다볼 수 있으나
어지간한 민첩함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본다고 해서 그것이 귀한 것이라 알기도 어려우니
허공을 가질 수 있다면 더욱 무심에 가까이 갈 수 있으리.
허공이란 인간계에 주어진 신神계.
호흡과 호흡 사이에 잠시 엿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나
자신이 소유할 순 없다.
허나 그것을 추구하다 보면 점점 무심에 다가가고
선계로 다가가리라.
허공은 무탁기, 허공은 선계, 허공은 우주.
허공은 근본 에너지 저장소, 허공은 무음, 허공은 0.
1과 1 사이의 0을 알아보는 눈이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라.
수많은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실체로의 통로이니.
악기를 연주할 때
음과 음 사이의 쉼이 바로 허공이니라.
호흡과 호흡 사이의 비밀을 깊이 탐구해 보고 싶지 않니.
봄, 호흡과 함께 하기에 너무나 좋은 때로구나.
지구에서의 나의 그 철도 그리했느니
너희도 그리한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힘들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으리라.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