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本性
마음속에 길이 있으니
우주로 연결되는 통로이다.
그 길은 본디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으나
물질세계로 되어 감에 따라 점점 흐려져 갔으니
자격을 갖춘 후에야 그 길을 만날 것이다.
본성과 한 번 연결되었더라도 곧 다시 문이 닫힐 수 있으니
우연히 따스한 햇살 아래 본성의 그늘에서
지극한 편안함을 한 번 느껴보는 것과 같다.
언제나 잊지 못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자 하나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므로
어머니, 고향, 태초의 물을 그리는 마음과 행위로
그것이 발현되고 있느니라.
본성은 그 저변에 존재하여 행동의 근원적 동기가 되며
그에게로 다가가려는 뜻과 의지에는
우주의 지원이 자연스레 함께 하게 된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방향은 이 본성으로의 방향일 뿐이며
그 외의 모든 사건과 행동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나 나부끼는 나뭇잎에 불과하니라.
주연과 조연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한정된 시간 안에서 태어난 보람을 찾고
존재의 기쁨에 닿을 수 있으리.
비워지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니
항상 비움을 놓지 않고 함께 한다면
그 비움의 끝에 자리하는 본성의 한 자락을
부여잡고야 말 것이다.
본성과의 만남은 모든 새로움을 열어주는 시작이 될 것이다.
눈을 감고 그를 그려 보아라.
그를 향한 그리움을 북돋아 사람들에게 전하라.
전하는 방법은 사랑과 연민이다.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아픔과 서러움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본성으로 향하게 하라.
그 일을 하는 이는 내내 본성과 연결되어
샘물이 솟듯이 언제나 활기 넘치고 맑을 것이로다.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