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
무심은 너 자신이다.
무심을 보존함은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모두 잊어도 절대 잊어선 안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알 것이다. 그런 순간이 있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자신 안의 깊은 무심에 닿았던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언제라고 기억나기도 하고
아련한 기억 속에 있기도 하다.
한 번이라도 그곳에 담그었던 기억이 있는 자는
무심의 맛을 잊을 수 없어 지상을 방랑하게 된다.
무심이 아니고서는 그 마음을 안심시킬 수 없으니
어떻게든 찾아야 하고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무심이니라.
태어나기 전에 맛보았던 하늘의 질서이며
이 세상이 구성되고 조율되어 돌아가는 방식이다.
무심은 아무 생각이 없음을 말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닌,
가득함으로 가득한 진공 상태인 무심이니라.
지속적으로 무심에 닿게 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은
호흡뿐,
호흡으로만이 언제나 물속에서 발이 땅이 닿는 것처럼
안심하고 나아갈 수 있으리.
허우적대지 말고 차분히 내려라.
닿을 것이다.
그곳이 너의 자리이니
네가 발을 딛고 힘을 발휘할 것이다.
무심의 자리, 그곳을 지켜라.
그곳에서 생의 가장 큰 보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요.
생의 경계를 넘어서도 영원히 이어지는 가장 큰 보람이
안정되게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언제나 너를 기다린다.
한 치도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너를 기다린다.
너의 자리가 있다.
이 우주에서 너를 기다리는 그 자리,
벽돌로 만든 벽에서 벽돌 하나 빠져 있듯이
그 자리에는 바로 자신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곳은 열쇠이다.
자신을 만나는 열쇠요, 자신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 우주만물이 서로 만나게 되는
기적의 열쇠이다.
그곳에 자신을 있게 하라.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그곳에 발을 드리우라.
너를 기다리는 본성의 자리를 흘려 지나지 마라.
영원한 안식과 지고의 편안함 속에서
지극한 존재의 기쁨을 찾으리라.
그러니 어서 깨어나거라.
무심이 멀지 않다. 그것은 너와 함께 있다.
그 안으로 풍덩 들어가라.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너에게 줄 것이며
그것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없으리니.
항상 무심을 명상하고
무심의 힘으로 나아가라.
무심은 정심에서 나오니
정심을 명상함은 무심으로의 길에 다름 아니니라.
정심은 호흡이 깊어야 바로 알 수 있다.
호흡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조화가 호흡에 있으니
호흡으로 무심을 획득하고
그것을 언제까지나 지속하라.
그리하면 너희들은 우주가 자신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 안의 우주를 키워라.
무심이다.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