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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심정心情

by 날숨 한호흡 2013. 2. 20.

 

 

 

 

 

심정心情

 

 

아직 출발점에 서지도 않았느니라.

이미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채비를 갖춘 이에게는

나아갈 길이 보일 것이니,

앞이 보이지 않음은 나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히 간절하여라.

인간의 한계를 넘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 속에서라도 감히 헤아린 적이 있느냐.

진정 극기를 해보았느냐.

하나라도 꾸준히 나를 위해, 또는 남을 위해 행하였느냐.

작은 일이라도 얼마나 진심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냐.

 

 

나 하나의 작은 행동이 지구 저편의 한 생명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음을 인식하였느냐.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생명체이니 하나도 가벼이 할 수 없으리.

 

 

지구에서 어떠한 흔적을 남기었느냐.

너의 영향은 어떠하냐.

세상을 위하여, 아니 그 누군가를 위하여.

어떤 작은 생명에게

단 하루의 평안이라도 제공한 적이 있느냐.

 

 

너의 걸음에 진심이 깃들었느냐.

정말 간절하다면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울음과 반성이 흘러나오리니,

모든 것은 그 하나에

온 울음과 온 하늘과 온 세상이 들어 있어야 하느니라.

 

 

한 음으로도 수천의 청중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한 발짝에도 천지만물이 끄덕일 수 있게 걸어라.

 

 

단 한 번이 아닌 일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러해야 하며,

그런 걸음이 잠시라도 보인다면

비로소 희망을 논할 수 있으리.

 

 

그저 어제 그 걸음을 오늘도 나아간다면,

그것은 하나도 나아가지 않음이며

스르르 사라지는 연기와 같이 아깝고 아까울 것이다.

 

 

심정心情이다.

심정이면 더 이상 무엇도 필요하지 않으니

한 줄의 글로도 우주를 이룰 수 있고 만물과 통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다 써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그런데 너희들의 한 글, 한 걸음, 한 마음

모두를 갖다 부어도

그 한 방울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 슬프구나.

하늘이 슬픈 것이다.

 

 

빗방울이 되어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무게조차 형성할 수 없이 그저 가벼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공허한 외침,

무엇 때문에 하는지 모르겠는 행동들......

 

 

수없이 되풀이하는 헛발질이 아닌

단 한 번을 가더라도 흡족한 걸음으로 가라.

 

 

그런 심정,

어쩌면 한 사람이라도 도달한다면

이제껏 없던 깨어남의 빛 가득하리라.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것을 물었느냐.

그리하여라.

영영 다음은 없으리.

 

 

심정을 담아......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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