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겸손은 그분의 존재방식이시다.
자신을 희생하여 사랑으로 모두를 감싸 안아 창조의 근원이 되는 배경이 겸손이다.
빛 자체이나 그 빛이 자신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을 고루 비추시니 또한 겸손이다.
곧 만물을 생장하게 하고 진화하게 하는 원동력이라.
그러므로 겸손은 그분으로 가는 지름길이니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모두를 받치고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빛은 가장 낮은 곳으로 가 닿아
생명을 일으키는 기적을 창조한다.
나무를 키워 내는 햇빛은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그곳에 투과하여야 비로소 하나의 나뭇잎으로 형성된다.
그것이 우주의 출발이었다.
나뭇잎 하나를 피워내는 겸손함과 이타로 인하여
우주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며
그 우주는 창조물들의 순환에 포함되어
다시 겸손으로의 대순환으로 드는 것이라.
그 순환의 맨 처음은
자신을 낮춰 타他로 흐르는 방향에서 비롯하니
다시 겸손이라.
곧 만물을 향한 사랑이구나.
겸손은 수련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것은
그 안에 이러한 창조의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순환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겸손에서
움직임이 시작되고 양보함으로써
성性이 동動이 되어
결국 창조물 정精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련을 하겠느냐. 우선 겸손하라.
고개를 숙이고 몸을 숙이면 마음이 숙여지고
비로소 변화와 창조가 시작되리라.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