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
네가 사랑이 필요하구나.
어찌 외로와하는 것이냐.
사랑이 필요하면 센 척하지 말고 그냥 받아라.
무엇이 있느냐.
마음이 공허하여 자신조차 털리게 생겼구나.
자신을 들여다보렴.
강한 듯 보여도 들춰 보면 아무것이 없으니.
눈보라에 헐벗은 군사로 허세만 부린들 이길 수 있겠느냐.
날아드는 공격에 무방비가 아니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을 사랑하는 호흡으로 들어라.
무엇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자신의 귀함을 생각하고 보듬어 주면서
경단을 만들듯이 자신을 단단하게 빚어 보아.
공허한 마음부터 채우고
계속 가자꾸나.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