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써라
고비로다.
이것을 넘기겠느냐. 어떻게 넘기겠느냐.
너의 시간과 재능을 온전히 바쳐라.
그럼으로써만 떳떳하기도 하려니와
밀도와 순도가 높을 것이니
무엇이 되었건 그를 통해 너는 성장할 것이다.
100%여야 한다.
그리한다면 무엇이든 가하지 않음이 없으리.
그리고 자중하여라.
자중하는 가운데 한 획을 그어라.
한 획 한 획 최선을 다하고
어디에 어떻게 자리하는지 살펴라.
하루에 한 획을 긋더라도 그리한다면
전체 그림에서는 완성되어 가고 있음이니
초조해할 것 없다.
말 한마디, 한 행동, 한 시간의 사용이 모두
큰 그림의 일부임을 알고 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안심이 아니랴.
집중에 앞서 너를 비움으로 채우고
맡겨라.
기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한 손 한 손이 모여 우주가 이루어진다.
그런 방법으로, 시를 써라.
하루를 보냄에 있어 한 번의 명상과 한 절의 시구라면
부족할 것이 무엇이더냐.
마음을 비우고 다듬고 수행하는 것으로는
상품上品의 방법이니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여라.
이는 옛 선인님들의 수련방법이니
마음을 명경처럼 투명하게 닦는 방법으로
글을 통하여 그것을 비추어 보았더랬다.
글이란 스스로 살아 숨 쉬며,
만든 이의 상태를 드러내므로
곧 수련하고 다듬는 방편의 하나이니라.
어떻게 포장하거나 숨길 수 없는 것이 글이다.
매일 마음을 닦듯이 언어를 닦고
때가 없이 투명하게 만들어라.
무엇을 노래할까.
얼마 남지 않은 안타까운 때를 기다려 보아라.
사라져 가는 시점을 노래하여라.
만물의 노고를 치하하고 고단한 영혼을 위로하여라.
왔다 스러져 갈 생명들이
그 글귀를 타고 평안히 떠날 것이다.
쉬지 않고 써라.
사명감으로 글을 써라.
하고 싶으면 쓰고 말고 싶으면 쉬는 것일 줄 알았더냐.
자꾸 써야 붓끝이 살아난다.
손에 쥔 붓은 칼이요, 어머니의 손길이다.
적절히 사용하며 만물을 생生하는 일에 쓰도록 하여라.
행行이 우선이다.
하고 나서 다시 보자.
시간이 천금이다.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