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
시詩
시를 잊지 않고 쓰려는 것은 좋구나.
그 자세를 놓치지 않도록 하여라.
그러나 지금은 시가 아니다.
글을 뽑아낸다고 시가 아니야.
그것이 나오기까지 충분히 내려가고 푹 익어야 하느니
급히 쓰는 시는 익지 않은 밥처럼 깊은 맛이 나지 않겠구나.
글은 손끝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니라.
한 점 빗방울이 저 바다 건너 거대한 파도로 올라오듯이
안으로부터 밀려올라 손끝에 차고 넘쳐야 하리라.
깔딱깔딱 목으로 노래하듯이 해서야 되겠느냐.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첫 번째이니
흔들리지 마라.
어떤 일도 마음이 흔들리지 마라.
좋은 일에 흔들리는 것도 불가하다.
가운데 길로 쭉 갈 수 있어야 하느니
강해지거라.
먼저 자신을 세워라.
[너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리움이라 말한다 (황진이, 장미리외, 수선재, 2012년 9월 출간), 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