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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1권)

모래 한 알이 솟아오르더니 "당신은 누구냐?"(1)

by 날숨 한호흡 2008. 1. 29.

 

 

"격암유록" 은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예. 제가 자연을 알고부터는 자연을 스승 삼고 벗 삼아, 자연의 채찍질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였으며, 나중에는 자연을 도와 주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연과의 대화를 트기 위하여 풀과 나무와 함께 지내기를 수년여,

아무런 얻음도 없이 몇 년을 흘려 보냈습니다.

 

자연은 자신과 동류가 되지 않으면 자신의 파장에 동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잘난 인간이었으며 자연은 못난 상대였고,

비, 바람과 동식물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고 인간의 통치 대상이었으나,

다만 어떠한 일부의 면에서 인간이 어찌할 수 없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동시에 저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단순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이러한 시건방진 생각이 지속되는 한 자연은 저에게 파장을 열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연과 우주를 별개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자연은 아무것도 아닌 소나 개, 풀과 나무 등일 뿐이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자연을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 어쩌면 별 쓸데없는 것에까지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일종의 사고의 사치가 아닌가 하는 건방지기 이를 데 없는 생각으로 매일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찬 채 자연을 상대하려 하니

자연이 저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게 된 동기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에 의해 우주가 통치된다는

엉뚱한 사고 방식에 중독된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제가 본 책 중의 한 권에 인간의 중요성에 대하여 적어 놓은 것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본 순간 저는 일종의 착각에 깊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며, 만물의 영장이고,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사고방식,

하느님이나 조물주는 인간이 통치할 수 있는 천지만물을 만드셨을 뿐이지,

그 후에는 무관하며,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한다는 생각,

인간을 위해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는 건방진 착각은

제가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데 결정적인 장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내던 중 수년 후(아마도 7~8년 이상) 어느 날, 생각의 막힘을 다시 한번 뚫어 보려고

명상에 잠겨 있던 중 갑자기 모래 한 알이 솟아오르더니 제게 "당신은 누구냐?" 하고 물었습니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에 당황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기도 하여 잠시 머뭇거리던 중,

이 모래는 바위로 변하고, 지구로 변하여 저를 덮치는 것이었습니다.

 

눌려 버둥거리던 중 다시 보니 모래는 역시 모래였습니다.

허나 그 때 다시 본 모래는 평소의 모래가 아니었습니다.

모래 한 알이 우주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모래 한 알에도 우주가 있음을 알게 된 이후,

그 잘났던 한 미물에도 미치지 못했던 저와 모래 한 알이 동일한 비중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 한국의 선인들 1권, 8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