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 선인과 인연이 되었던 여자는 어떤 여자였는지요?
네, 제가 살던 동네의 한 선비의 딸이었는데 신동이란 소문이 나자
저에 대하여 동네의 딸 두신 분들이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분들이 사람을 놓아 저에 대해 알아보셨는데,
그 중에서 현감을 하시다가 낙향하셔서 사시는 서모라는 한 선비의 딸이 있었습니다.
저보다는 두 살 연상으로서, 동네에서 잘 키운 딸로 소문이 나 있는 집이었습니다.
집에서 글도 많이 배웠으며 미모나 기타 어느면으로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하도 이야기를 하길래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허나 그 규수께서는 동네에서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자연 관심이 저한테 쏠리니, 상대방이 저를 보고 싶어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부를 하는 중이므로 별로 생각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생각에 골몰하면서 서당에 다녀오던 중
누군가가 길 한쪽에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규수가 시종을 데리고 오다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와는 일면식도 없었으나 상대방은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눈길이 심상치 않아 누군가 하였으나, 제가 다니는 길을 미리 알고 나와서
마주치기를 기다렸던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는 생각에 취해서 그 규수가 누구인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쳤으나,
상대의 시선이 하도 심상치 않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 여러 번 마주쳤으나 그 때처럼 의미 있는 눈길을 받지는 아니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열네 살로서 여자를 알지 못할 나이였으나
상대방은 열여섯으로서 이성에 대하여 눈을 뜨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 마주칠 때마다 제가 워낙 목석 같은 행동을 하므로 상대의 관심이 외부적으로는
사그러진 것 같았으나, 마음 속으로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시집을 가면서 시종에게 저의 안부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 낭자의 생각이 다시 떠올랐었습니다.
수년 후 그 규수가 결혼을 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분과 결혼을 하였더라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여성으로서 그 정도의 지식과 미모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한 가지 정도 큰 일을 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한두 번 마주쳤으나 범상한 여성이 아님을 알 수 있었고,
저의 마음에 남았던 단 한 사람의 여성이었습니다.
후에 아들이 참판인가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노후에도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가끔 고향 방문 길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알았습니다. 남 선인은 참 행복한 생을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1권, 7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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