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저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오직 미물에 불과하며 먼지 한 톨까지도 저보다는 위대함을 깨달아
스스로 자신을 낮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조물주의 작품이었고 모두 저보다 귀한 것들이었으며,
감히 인간이 이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한찮은 존재였습니다.
먼지 한 알 그 자체는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대자연의 일부로 존재할 때는
대자연을 대표하는 것이었으며, 그 작은 부분이 대자연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었으며,
먼지 하나가 대자연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쓸데없는 것이 없고, 어느 한 가지 필요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이렇게 많은가 생각하였던 것들이 모두 필요한 것들이었으며,
전부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연의 이치를 당연히 받아들이게 된 이후 저는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 별 하나의 무게가 전부 동일한 값어치를 가진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기운의 균형, 이것이 어긋날 때마다 다시 균형을 잡으려는 신속하고도 격렬한,
그리고 완만하면서도 조용한 움직임,
그 속의 일부로 존재하면서 전혀 한 점의 동요도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대자연의 구성 요소들......,
하찮게만 보이던 이 작은 하나하나가 우주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들이 가진 것들은 전부 진리였습니다.
이러한 기운의 움직임은 우주의 어느 구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없었으며,
어느 한 곳에도 소홀한 것이 없었습니다.
가볍거나, 무겁거나, 전부 우주의 일부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며,
그 움직임을 느끼고, 보며, 그 기운에 동화되어 체감하는 순간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장엄하였습니다.
우주였습니다. 그 작은 세계가 우주였던 것입니다.
저는 큰 것만이 우주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주 작은 그 속에도 우주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우주, 그냥 우주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큰 대우주,
은하의 크기가 한낱 티끌만하게 느껴지는 그런 대우주가 있었던 것입니다.
시골 마을의 구멍 가게 집 초등 학교 다니던 아이가
서울 거리의 한복판에서 대재벌 회사와 공장을 바라보았던 느낌,
아마도 제 표현으로는 가장 비슷하게 말씀드린다고 하겠으나
이 놀람의 수억배 정도의 크기로 다가온 놀람이었습니다.
깨달음의 시초는 이렇게 제게 다가왔습니다.
이것이 서막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세상은 모두가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보던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1권, 8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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