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1권)

모래 한 알이 솟아오르더니 "당신은 누구냐?"(2)

by 날숨 한호흡 2008. 2. 2.

 

 

그 이후 저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오직 미물에 불과하며 먼지 한 톨까지도 저보다는 위대함을 깨달아

스스로 자신을 낮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조물주의 작품이었고 모두 저보다 귀한 것들이었으며,

감히 인간이 이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그러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한찮은 존재였습니다.

 

먼지 한 알 그 자체는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대자연의 일부로 존재할 때는

대자연을 대표하는 것이었으며, 그 작은 부분이 대자연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었으며,

먼지 하나가 대자연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쓸데없는 것이 없고, 어느 한 가지 필요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이렇게 많은가 생각하였던 것들이 모두 필요한 것들이었으며,

전부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연의 이치를 당연히 받아들이게 된 이후 저는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 별 하나의 무게가 전부 동일한 값어치를 가진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기운의 균형, 이것이 어긋날 때마다 다시 균형을 잡으려는 신속하고도 격렬한,

그리고 완만하면서도 조용한 움직임,

그 속의 일부로 존재하면서 전혀 한 점의 동요도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대자연의 구성 요소들......,

 

하찮게만 보이던 이 작은 하나하나가 우주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들이 가진 것들은 전부 진리였습니다.

이러한 기운의 움직임은 우주의 어느 구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없었으며,

어느 한 곳에도 소홀한 것이 없었습니다.

 

가볍거나, 무겁거나, 전부 우주의 일부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며,

그 움직임을 느끼고, 보며, 그 기운에 동화되어 체감하는 순간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장엄하였습니다.

 

우주였습니다. 그 작은 세계가 우주였던 것입니다.

저는 큰 것만이 우주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주 작은 그 속에도 우주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우주, 그냥 우주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큰 대우주,

은하의 크기가 한낱 티끌만하게 느껴지는 그런 대우주가 있었던 것입니다.

 

시골 마을의 구멍 가게 집 초등 학교 다니던 아이가

서울 거리의 한복판에서 대재벌 회사와 공장을 바라보았던 느낌,

아마도 제 표현으로는 가장 비슷하게 말씀드린다고 하겠으나

이 놀람의 수억배 정도의 크기로 다가온 놀람이었습니다.

 

깨달음의 시초는 이렇게 제게 다가왔습니다.

이것이 서막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세상은 모두가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보던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1권, 8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