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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여유 이야기

지배하는 것과 지배받는 것

by 날숨 한호흡 2008. 1. 27.

 

 

누가 한 탁발승에게 물었다.

"지배자가 되는 것하고 지배를 받는 것하고 어느 쪽이 더 낫습니까?"

 

탁발승이 대답했다.

"지배를 받는 쪽이오, 지배를 받는 사람은 지배자한테서 끊임없이 잘못을 지적받게 돼 있지요.

그가 과연 잘못했든지 안했드니 간에. 그래서 그는 자신을 닦아 나갈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오.

왜냐하면 진짜로 잘못을 범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배자는 반대로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행실을 돌아볼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지요.

바로 이것이 지배받던 자가 지배자로 올라서고 지배자가 지배받는 자리로 내려서게 되는 까닭이오."

 

질문자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지배받는 자들을 끌어올리고 지배자를 끌어내리는 일에 손을 댈 이유가 없잖아요?

결국 엎치락 뒤치락이 되풀이 될 뿐인데."

 

탁발승이 대답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배자들은 남을 지배하는 일에 어떤 폐해를 남기는지 알게 되고

지배를 당하는 자신이 선한지 또는 마찬가지로 악한지를 알게 되지요."

 

다시 질문자가 묻기를,

"그렇지만 지배자가 지배받는 자로 내려오고 지배받던 자가 지배자로 올라서는 일이

수십 년 세월이 걸려서야 이루어진다면 한 인간이 무슨 이득을 얻어낼 수 있단 말입니까?"

 

탁발승의 대답.

"수십 년씩 걸리는 일이 아니지요. 그 일은 한 사람의 생애에서도 여러 번 일어나니까요.

수십 년이 걸려서 일어나는 큰 사건은 당신한테서 일어나는 같은 사건의 한 실례(實例)일 뿐입니다.

 

 

[물이 없으니,달도 없구나,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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