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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여유 이야기

과자 한 봉지의 사연

by 날숨 한호흡 2007. 12. 22.

 

 

어느 여인이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매점에 가 잡지 한 권과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왔다.

아직은 시간이 있어서 대합실에 앉아 잡지책을 넘기고 있었다.

잠시 뒤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옆을 쳐다 보았다.

옆에 앉은 어떤 신사가 방금 자기가 놓아둔 과자봉지를 뜯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하여 그냥 자기도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그 남자는 너무도 태연했고 자연스러웠다.

여자가 하나 집어먹으면 자기도 하나 집어 입에 넣는 것이었다.

서로 계속해서 그렇게 하나씩 집어먹었다.

보기에는 참 우스운 광경이었다.

 

이제 과자가 딱 하나 남게 되었다. 그 남자가 그 마지막 과자를 집어 들었다.

과자가 이제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절반으로 쪼개어서는 절반은 봉지에 다시 올려놓고

절반은 자기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씽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저런 철판 깐 낯짝도 다 있담. 능글맞게 웃기까지 하면서...어휴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여인은 몹시 불쾌하여 한동안 헝클어진 호흡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잠시 뒤 비행기에 올랐을 때도 그 남자의 뻔뻔스럽고 무례한 모습이 아른거려 기분이 언�I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안경을 닦기 위해 휴지를 꺼내려고 종이가방을 열었는데

그 속에 자기가 샀던 과자가 그대로 들어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열심히 집어먹은 과자는 실제 그 남자의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