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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08)

by 날숨 한호흡 2008. 1. 10.

 

 

 

수련에서의 유혹이란 한편으로는 선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 보다 큰 용도에 쓰임새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 유혹을 정법으로 극복하고 나갔을 때는 보다 큰 보답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선인으로서의 현재의 지위마저 포기하여야 할 때도 있었다.

 

인간으로 있으면서는 인간으로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자신을 돌아보던 미르는 깜짝 놀랐다.

벌써 자신이 이렇게 판단력이 흐려져 있단 말인가!

아직 인간이 되기도 전에 이렇게 자신에게서 인간다운 면이 나오다니!

이러고도 내가 선인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누군가?

메릴렌스의 성주이자 선계 △등급, 미르메트가 아니던가?

수련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것들이 나를 시험하는 구나!

 

"에이-. 이것들이... "

하지만 가벼운 유혹이었다.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고 끌어당기는 유혹은 아니었다.

머리 속으로 지나가기는 하되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 것은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번에 닥쳐오는 모든 것들은

예전에 인간으로 있으면서 받았던 유혹과는 무엇인가 달랐다.

 

"아직 선인으로 있어서 그런가?"

자신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파장을 보낼 수 있는 이는 적어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했다.

가만히 파장이 오는 곳을 짚어보았다.

미르는 자신에게 이러한 파장을 보내고 있는 것이 누구의 짓인지 알 수 있었다.

좌동동 246. "사리"였다.

"사리 오므렌스!"

 

 

 

 

 

 

메릴렌스에서 57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마니 태양계의 보라성 성주. 미르의 수련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이었다.

 

선력 500만 년.

그녀만큼 수련에 있어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선인은 드물다. 적어도 미르가 알고 있는 한 그렇다.

그녀가 도와주려 하는 것이다.

인간이 되기 전에 미르의 DNA에 수련 중 따르는 유혹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입력시켜 주고자 하는 것이다.

사리는 미르가 수련을 속히 마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미르는 사리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다.

있다면 가까운 은하 소속으로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 뿐...

 

그녀의 파장과 미르의 파장은 서로 잘 맞는 파장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고 해도 수련에 드는 선인에게 이러한 파장을 보내 격려해 주고 도움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의 모든 것을 함께 느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나의 갈등을 사리가 느낌으로 인하여 보라성에는 심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음은 보라성의 파장이 평상시와 같이 잔잔함을 유지하고 있음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리는 함께 느끼면서도 어떠한 파장 차단 장치를 하고

내게만 이러한 과제를 내려보내는 것일까?

 

"사리! 이토록 나를 생각해 주다니... 고마워. 수련 잘 하고 갈게."

보라성에 별 다른 동정이 없음은 사리의 파장이 미르에게만 도달하고 있으며,

외부로 표출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이것은 사리가 미르에게 공부를 시켜 주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선인은 수련에 들기 전에 이러한 고민을 하는 적이 없다. 그냥 수련에 들면 되는 것이다.

수련에 들고나서 모든 것을 잊고 수련하고, 그 와중에서 수련의 목적을 다시 찾지 못하고,

길을 잘못 들거나 유혹에 휩싸여 많은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고는 하는 것이었다.

하다하다 안되면 인간으로서 지구에서 머무는 경우도 있었다.

미르도 전에 한 때 지상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삶이라...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전부 알면 어찌 할 것인가?

몰라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 모르면 불편한 것이 너무 많아.

모르면 지혜롭게 살 수가 없고 지혜롭게 살 수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지 못하게 되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게 된다는 뜻이야.

결국 인간은 선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고,

우리 선인들은 인간으로 돌아갔다가 돌아옴으로써 한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

 

"그래. 알았어.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

이제 수련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는 반드시 한 등급 승급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욕심이 아닌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리 욕심이 나는 것인가?

하지만 정당한 요구는 권리가 아닌가? ...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선인들도 전부 이렇게 수련을 하고 살아갔던가?

수련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급을 올려서 어쩌자는 것인가?

선계에서 한 등급을 올려봤자 해야 할 일만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가?

인간으로서 지상에 내려와서 유혹에 휩싸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예전에 보라성에서 수련에 들 때의 그 달콤하고 짜릿한 느낌이 살아 나오는 것 같았다.

 

사랑...

인간으로서 가장 강한 정신적 동기라는 사랑...

물론 다양한 유형의 사랑이 있었지만, 미르는 그때 미지근한 사랑을 한 것 같았다.

 

 

사랑... 인간으로서 가장 강한 정신적 동기라는 사랑...

하지만 그 미지근한 사랑만으로도 미르는 얼마간 혼미한 상태에서 보내지 않았던가!

인간의 두뇌는 어디엔가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엔가 무엇을 막아놓은 것 같았다.

수없이 많은 생각에 휩싸이던 미르는 갑자기 앞이 환해오는 것을 느꼈다.

 

빛이었다.

아직까지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빛이었다.

갑자기 굉장히 밝은 빛으로 주변이 휩싸였다.

엄청난 밝기와 강도의 빛이 자신을 녹여버릴 것만 같았다. 미르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 해서 가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가려도 더욱 밝게 자신을 덮어왔다.

이러한 빛은 우주에서도 별로 유래가 없을 정도의 강렬한 빛이었다.

이 빛으로 인하여 자신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빛이 점점 다가오면서 빛에 빨려 들어가고,

빛의 중심으로 옮겨져 가면서 미르는 이것이 새로운 삶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임을 깨달았다.

 

잠이었다.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머리 속으로 지나간 것 같았다.

생각을 하려 해도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이러한 느낌이 있다는 것은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인가?

미르는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끝없이 긴 잠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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