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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07)

by 날숨 한호흡 2008. 1. 9.

 

 

"속히 수련에 들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면 수련해서 성공치 못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수련이란 대부분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며, 뜻대로 되면 다 된 것이니라.

뜻대로 되면 무엇 때문에 선계와 다를 바가 있겠느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일구어 나가는 데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을 가지고 수련 결과에 반영하는 것이니라."

다시 나웅 선인의 응답이 들려왔다.

 

"맞다."

수련이란 어쩌면 모든 것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은 없어도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우주에 있으면서 해왔던 일들이 전부 하찮게 느껴졌다.

이렇게 새로운 것이 있다는 것은 전부를 던져서라도 해보고 싶은 것들이었다.

아-. 이제 우주의 본체로 들어가서 모든 것을 찾아와 보자.

제한된 조건 속에서 찾아 낸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로 해볼만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나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 벌써 나의 능력은 제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러한 능력으로 좋은 결과를 획득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과연 자신 있을까?"

미르는 정말로 자신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란 그것만으로도 해 볼 가치가 있었다.

그것도 하물며 수련임에 있어서랴...

모든 것이 미궁 속이었다. 먼지 하나, 티끌 하나 아는 것이 없었다.

진정 새로운 시작이었다. 다른 선인들 전부가 이렇게 고민을 거듭하며 수련의 길에 든 것일까?

  

참으로 수련이란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할 수 있을까?

미르는 선인으로 있으면서 오랜 동안 느끼지 못했던 갈등이란 것을 느껴 보았다.

우주에서는 갈등이란 없었다.

모든 것은 갈 곳으로 가며 가야할 곳을 사전에 알고 있는 까닭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구는 그것이 아니었다. 전혀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것이 지구의 특성인지도 몰랐다.

이것이 지구의 특성이고, 이러한 특성 속에서 수련하여야 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것이 될 것이다.

인간의 몸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인간의 몸으로 어떠한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구형의 장비로 큰 일을 하려는 것과 같았다.

그러면 어떠한 방법이 있는 것일까?

내 몸이라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마음을 믿는 길밖에 없었다.

마음이라면 그래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은 이제껏 나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구의 조건하에서 그럴 수 있을까?

지구의 조건은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는 우주와 다르다.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도 마음이 나를 따라 줄 것인가?

이기는 게임이 하고 싶었다. 지는 게임이라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비율은 그리 큰 것 같지 않았다.

 

승산이 없는 게임?

그럴 수는 없었다. 다만 얼마라도 승산을 만들어놓고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생각의 바다는 의외로 넓었다. 인간의 몸으로 바뀌면 별로 생각할 것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러한 정도의 생각이라면 우주의 자동화된 것보다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어쨌든 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모든 선인들이 그렇게 해서 수련을 한 것 아니었던가?

나만의 과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련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물어 볼 수도 없었다.

이미 우주의 대화법도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발휘되던 기능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또 다른 불안이 몰려왔다. 지금은 이 정도라도 생각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인간으로 돌아가면 이 이하가 되어 사고력도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러면서도 또 방법이 나오지 않던가?

 

그러나 어차피 수련을 위하여서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었다.

사람의 몸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동물을 보면서 살펴본 적이 있었다.

사람의 몸은 극히 정교하면서도 고장나기 쉽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몸을 가지고 수련을 한다는 것은

고장이 잘 나는 우주선을 타고 장거리 항해를 하는 것과 같으리라.

허나 어차피 주어진 운명이었다.

 

미르는 자신이 운명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 한편으로는 우스웠다.

하지만 수련이란 대 명제 앞에 이제는 한 인간으로서의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는 자신을 본다.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것이구나. 그래. 수련이란 나 자신을 위하여 하는 것이고

이렇게 수련을 함으로써 자신의 등급을 올릴 수 있다니,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온 것이다.

수련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도 수련을 하였는데 지금의 기분과는 달랐다.

그 때는 상당히 쉽게 한 것 같았다. 지금처럼 번뇌가 있었던가?

지금처럼 번뇌가 있었다면 수련을 하지 못하였으리라.

하지만 그 때도 번뇌는 있었다.

보기(Bogi) 성(星)에서 인간으로서의 수련을 할 때도

역시 엄청난 번뇌 속에서 수련을 하였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그래. 이게 발전이야."

내가 선택한 번뇌이고, 이 번뇌를 통하여 나는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이다.

선계에서의 한 등급은 차원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였다.

한 차원이란 인간으로 있으면서 느끼는 벼슬의 한 등급과는 다른 것이다.

인간의 경우 등급이 달라져서 하는 일에는 차이는 있을망정 인간 그 자체는 어디까지나 유한하였으며

선인들이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그것을 우주를 위하여 사용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자신을 위하여 역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미르 역시 인간으로 있으면서는 자신도 그랬음을 상기하였다.

 

"다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예전에 보기성에서 수련할 때에도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

그 많은 유혹 중에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려 망하게 할만큼 커다란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유혹이란 것이 당시로서는 가장 절실한 것을 제의해 오는 것이 아니었던가?

외로울 때, 이 세상에서 혼자임을 느낄 때

그 허전함을 파고드는 유혹을 뿌리친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이다.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는 항시 있게 마련이고,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이성이라면 더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보기성에서도 그 유혹에 빠져 머물 뻔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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