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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10)

by 날숨 한호흡 2008. 1. 12.

 

 

다음 날 아침 김씨는 아직도 자신의 주변을 싸고 있는 기운을 호흡에 실어 내부로 끌어들였다.

기운이 점차 자신의 본래의 기운과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전혀 거리낌이 없이 자신의 기운이 되어가고 있었다.

임신한 이후에는 약간만 일을 해도 숨이 가쁘거나 힘겨운 증상이 있었지만

꿈을 꾼 뒤로는 웬만큼 무거운 것을 들어도 힘겨운 것을 모를 정도로 근력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운의 보충이 이렇게 좋은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저녁이면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었고, 잠을 자면 잔만큼 기운이 보충되었다.

자신이 전에 수련을 하지 않았어도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기운이 좋았다.
몸에 기력이 넘치자 매사에 활력이 솟았다.

또한 한 사람이 기력이 넘침으로 인하여 온 집안에 활기가 돌았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었다.

김씨가 이렇게 활력이 넘치게 활동하는 것에 대하여 집안의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 자신은 지속적으로 힘이 넘치는 것에 대하여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 어느 날 시아버지인 이진사의 처소에 수정과와 다과를 내어갔다.

며느리의 몸놀림이 가뿐한 것을 눈여겨보던 이진사는

 

"얘야."

"예. 아버님."

"해산 일이 얼마나 남았더냐?"

 

김씨는 부끄러워하며

 

"얼마 남지 않았사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네 모습을 보니 아직 먼 것 같구나."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이 달이 산달이옵니다."

"그렇구나... 밥은 잘 먹느냐?"

"예."

"잠은 잘 자고?"

"예."

"이번에는 혹시 무슨 태몽 같은 거는 없었느냐? 손녀인지 손자인지 몹시 궁금하구나."

"아버님."

"오냐."

"얼마 전에 꿈을 꾸었사옵니다. 태몽인 듯 하옵니다."

 

김씨는 자상한 시아버지에게 꿈 얘기를 하고 싶어 입을 열었으나

문득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용의 말이 생각나서 다시 입을 다물었다.

더욱 궁금해진 이진사는 며느리를 재촉했다.

 

"어서 꿈 이야기를 들려다오. 무슨 꿈이었더냐?"

김씨는 이야기를 해도 좋을 지에 대하여 또다시 망설였다.

"무슨 꿈이냐? 얼른 말을 해다오. 궁금해서 못 견디겠구나."

김씨는 이진사가 입이 무거운 분인지라 시아버지에게만은 꿈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은 판단이 들었다.

 

"용을 보았사옵니다."

이진사는 놀라우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용이라고? ... 예로부터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생긴 용이더냐?"

"아주 커다란 황용이었습니다."

이진사는 더욱 기뻐하더니 남이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어

"황용이라... 그 용이 어찌하더냐?"

"용이 기운이 되어 제 몸으로 들어왔사옵니다."

"기운이 되어 몸으로 들어왔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용이 보이더니 나중에는 기운으로 변하여 저와 합하여 졌사옵니다.

제가 용의 기운을 받아들였사옵니다."

"그러하냐? 진정 용이었더냐?"

"맞사옵니다. 아주 착한 용이었사옵니다. 눈빛이 아주 선하였고 게다가 온 몸에서 광채가 났사옵니다. "

"온 몸에서 광채가 났다고?"

"예. 아버님."

"커다란 용이라면서 얼마나 크더냐?"

"아주 컸사옵니다. 집채 만 하였사옵니다."

"그렇게 크더냐?"

"예. 아버님."

"오호!"

 

이 진사는 연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며느리에게서 꿈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이 진사는 날짜가 지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만 지나면 손자를 보게 될 것이다. 얼마 만에 보는 귀한 손자인가?

이 녀석만 있으면 부러운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건너 마을 김참봉이 줄줄이 손자를 보고 나서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첫 손자를 보고 나서 9년여만에 자신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둘째 손자를 보게 될 것이었다.

그것도 어디 보통 손자인가? 며늘아기의 말에 의하면 용꿈을 꾸었다고 했다.

 

"용꿈이라니!"

 

용꿈은 아무나 꾸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 그런 용꿈을 며느리가 꾼 것이다.

남들은 돼지꿈만 꾸어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돼지는 감히 용에 비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용이라니! 그것도 집채만한 것이 며느리에게로 왔다고 했다.

이진사는 며칠 동안은 그저 좋아만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이 아무래도 집안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질 않았다.

너무 큰 용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집채만하게 큰 용이라면 왕이 되든지, 그렇지 못하면 역적이 되는 것 아닌가?

역적도 다 똑똑해야 하는 것이었다.

큰 역적은 왕이 되려다 못되어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평소 이진사의 생각이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용이 눈빛이 선한데다가 온 몸에서 광채가 났다고 하니

둘째 손자 녀석은 무엇인가 남들과는 다를 것 같았다.

이진사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다못해 돼지꿈도 못 꾸고 태어난 자들은 볼품없는 것들 아니겠는가?

무엇이 되든 큰 사람이 되려면 용꿈 정도는 꾸어야지...

사람이라고 어디 다 사람인가? 나름대로 분수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데

김참봉 손자들을 다 합해도 우리 손자 한 놈을 못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며 팔자를 제대로 타고나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내 생각이고, 우선은 이러한 내용을 절대로 발설하면 안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며느리를 불러 입 단속을 시켜야 할 것 같았다.

동네에서 입이 무겁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신도 간신히 참고 있는데,

며느리가 들뜨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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