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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명상 교과서/목적있게 사는 법

애증을 삭여 백지가 될 때까지

by 날숨 한호흡 2007. 9. 19.

 

 

 

인간의 일은 전부 애증입니다.

사랑과 증오로 벌어지는 일들이 모든 인간사입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를 배신했습니다.

같이 '헤어지자' 하면서 헤어졌으면 괜찮은데 동의 없이 배신했습니다.

그러면 그 원망하는 마음을 삭이는 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10년을 사궈었으면 헤어지는 데 10년이 걸립니다.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사라는 게 10년을 사귀었으면 헤어지고 백지 되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것이지요.

인간이 쌓아온 감정의 교류라는 것이 그렇게 집요합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마음 주고 정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무심으로 만든다는 것은 '너무너무 밉고 원망스러워 죽이고 싶다' 하는

마음을 삭여서 백지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나?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했지?

이렇게 생각조차 안 날 정도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기까지 호흡으로 삭여내고, 버리고, 빨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안 되면 햇볕에 널고, 창고에 박아 놓고, 꺼내서 태우고 합니다.

다 버린 줄 알았는데 또 꺼내보면 애착이 생겨서 빨아서 널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을 보면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해도 안되잖아요?

술 먹고, 계속 담배 피우고, 딴 데 가서 바람피우고 해도 해소가 안 됩니다.

 

그 사람이 '내가 잘못했다, 살려달라' 이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한 번 품었던 마음은 그 사람 소관이 아닌 내 소관입니다.

그 사람은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 사람을 대상으로 내가 한 일입니다.

그러니 내가 풀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그 사람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역할을 해준 것뿐입니다.

옆에 있어준 죄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무심이 되도록, 밤낮없이 떠오르는 그 얼굴이 안 떠오르도록,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도록 만드는 과정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어집니다.)

 

[2장. 진화,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 - 감정의 진화 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