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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여유 이야기

우공(愚公), 산을 옮기다.(우공이산(愚公移山)

by 날숨 한호흡 2007. 8. 26.

 

 

태형산과 왕옥산은 둘 다 넓이가 평방 칠백 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었다.

그 산 남쪽에 한 노인이 살았는데 그 이름이 우공(愚公)이었고, 나이는 구십세였다.

그런데 산이 북쪽으로 막고 있어서 그 지방 사람들은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가려면

높은 산길을 돌아서 가야만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루는 우공이 집안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과 힘을 합하여 저 산을 깍아내려서 평탄하게 하여 예남 땅에서 한음 땅까지 통하는 곧은 길을 내려고 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떠냐?"

 

집안 사람들이 다 찬성하는데, 우공의 처가 혼자서 그 계획에 의심을 품고 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힘으로는 조그만 저 괴부산도 깍아내리지 못하겠소. 그렇거늘 하물며 태형산과 황옥산이란 말입니까? 더군다나 그 산을 파내어 나오는 흙과 돌을 어디다 버린답니까?"

 

그렇지만 집안 사람들은 대답했다.

"그것은 걱정없습니다. 그 흙과 돌은 저 발해 바닷가에 버리면 됩니다."

 

우공은 마침내 그 아들과 손주들을 데리고 일을 시작하였다.

도합 세 사람인 아들과 손주들은 흙과 돌을 등에 져 나르고, 우공은 돌을 쪼고 흙을 파내기로 하였다.

이리하여 매일같이 돌과 흙을 삼태기에 담아서 발해가로 운반하였다.

 

이때 이웃집에 과부 하나가 살고 있었다.

이 과부에게는 유복자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젖니를 다 갈고 영구치가 날 정도,

그러니까 6, 7세 정도 되었다.

과부는 구십세나 되는 늙은이가 아들 손주를 데리고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을 보고는

자기 아들에게 일러 그 일을 돕게 하였다.

발해 바닷가까지 한번 왕복하는 데는 자그마치 일 년이 소요되었다.

 

이때 하곡 땅에 지혜롭다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우공과는 대조적으로 지수(智嫂)라고 했다.

지수가 우공의 하는 일을 보더니 웃으며 그 일을 말렸다.

"당신은 너무나 어리석구려. 당신 같은 늙은이라면 저 산의 풀 한포기도 뽑아내기 어려울 텐데,

어떻게 저 큰 산의 굳은 흙과 무거운 돌을 다 파내겠소?"

 

우공은 깊이 탄식하며 대답했다.

"당신을 가리켜 사람들이 지혜있는 늙은이라고들 하는 모양인데, 들어보니 당신 생각은 너무나도 고루하고, 또 철저하지 못하오.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이웃집 과부택 아이보다 낫다 하겠소.

비록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가 못다한 일을 내 아들이 하고, 내 아들이 못다한 일은 내 손주녀석이 하고,

내 손주가 못다한 일은 내 손주의 손주녀석이 해서, 자자손손 몇 해가 되든지 계속해 나가다보면

제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어찌 평탄해지지 않겠소? 산이 정녕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오!"

 

우공의 이런 대꾸에 지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에, 산을 지키던 조사(操蛇)라는 산신령이 우공의 지칠 줄 모르는 작업에 겁을 먹고는

이 일을 하느님께 고했다.

하느님은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태형산과 왕옥산을 옮겨 각각 삭동과 옹남 땅에 갖다 놓게 하였다.

 

 

[사마천의 사기 - 숭어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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