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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활의 발견/역사와 인물 이야기

[그리스]대왕, 앞에서 비켜 주십시오

by 날숨 한호흡 2007. 6. 3.

 

 

견유학파(犬儒學派)의 거장 디오게네스는 당시 큰 명성을 얻고 있어서,

알렉산더 대왕까지 그를 만나고 싶어하였다.

 

디오게네스는 나무로 된 통 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그 속에서 햇볕을 쬐며 언제나 명상에 잠겨 있기를 즐겼는데,

어느날 알렉산더 대왕이 그를 찾아왔다.

 

알렉산더는 그의 철학자다운 초연한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말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오? 내가 그 소원을 들어 주겠소."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대왕, 내 앞에서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말하자면 그것이 디오게네스로서 알렉산더에게 부탁할 수 있는 유일한 소원이라는 뜻이었다.

알렉산더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삼은 철학자의 제자답게

디오게네스의 그런 태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던지

 

'내가 알렉산더가 될 수 없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는 것이 좋았으리라'하고 말하였다.

 

 

[숭어 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