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잘 쓰는 방법
돈을 쓸 때는 또 어떻게 써야 하는가?
"쓰는 거야 쉽죠,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는데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참 드뭅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돈 버는 방법은 혹 가르칠지 몰라도 돈 쓰는 방법은 안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가령 수입이 백만 원이다 하면 대개는 그 백만 원을 나르 위해 쓰고 가족을 위해 쓰고 나머지는 저금을 합니다.
그런데 일정한 금액은 나를 위하지 않는 방법으로 쓰는 것이 돈을 잘 쓰는 방법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내 것이 없는 채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다 내 소유가 아닙니다.
공기가 없으면 죽는데 공기에 대해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물을 못 먹으면 죽는데 물에 대해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수도세 내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나라에 지불하는 것이지
나를 내보내준 자연에 돌려주는 건 아니지요.
쌀이나 반찬도 돈 내고 사고 사먹지만 농부나 상인에게 지불하는 돈이지
나를 낳아준 대자연에 돌려주는 돈은 아닙니다.
집을 마련할 때도 집을 지어준 업자한테 돈을 주는 거지 나를 살게 해준 이 땅에게 돈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 물, 음식, 땅...,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거져 받고 있습니다.
대자연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대자연에게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가?
대자연에게 돌려준다고 길거리에 놓아줄 수는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와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는 것입니다.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할 때 누가 익명으로 거금을 놓고 갔다는 얘기가 가끔 뉴스에 나오더군요.
돈이 내 것이 아니라는 마음이 확실하면 그렇게 쓸 수 있게 됩니다.
낯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쓰는 것입니다.
꼭 기부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부서지는 돈으로 내는 것이 참 좋은 방법입니다.
대개 사람들이 어디다 돈을 낼 때는 '이 돈으로 뭘 해 주십시오' 하고 조건을 붙이길 좋아합니다.
그럴듯한 명분이 있는 데만 돈을 내려고 하고요.
그런데 부서지는 돈, 존재감이 없는 돈으로 내는 것이 좋습니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에게 밥 먹으라고 줄 수도 있고, 아이가 예쁘면 '이거써라' 하고 줄 수도 있습니다.
지하도에서 만난 거지에게 줄 수도 있는 것이고요.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우러나오면 돈공부는 된 것입니다.
[ 2부 仙인류의 삶, 2절 죽음을 준비하는 일, 4. 나눠야 합니다. 수선재, 2012년 10월, 15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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