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하나 되어
주역을 천 번 읽으면 물 위를 걷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읽으면 말씀과 하나 된다는 뜻인데 그렇게 천 번을 읽으면 실제로 물 위를 걸을 수도 있습니다.
말씀으로 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한국의 선인들'을 비롯한 선서를 100번 정도 읽어 보세요.
수련에 있어 어떠한 길이 빠른 길인가 하는 것을 본인들이 깨우치셔야 합니다.
책의 내용이 선계의 말씀이고 내 것이 아니지만 말씀과 하나가 되면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적어도 100번씩은 읽으셔서 말씀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선계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기운과 말씀입니다.
그리고 기운과 말씀을 전달해 주기 위한 방법이 수련법입니다.
어떻게든 기운을 전달해 주어야겠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다가
수련법을 만들어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고,
말씀은 선계에서 직접 주셔서 영을 깨우도록 합니다.
수련을 조금 덜하고 책을 천 번 정도 열심히 읽어서 깨는 방법과
수련에 비중을 두어서 수련만 하는 방법 중 어떤 것이 좋습니까?
말씀과 수련을 병행해서 해야 하는데 자기에게 맞는 방법, 빠른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영靈으로 깨는 사람, 기氣로 깨는 사람, 성性으로 깨는 사람이 있는데
그 중 정법은 먼저 기로써 가고, 다음에 영으로, 다음에 성으로써 가는 방법입니다.
또 상단이 먼저 깨이는 사람이 있고, 중단부터 깨이는 사람이 있고, 하단이 먼저 깨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순서는 아래에서 위로, 하단부터 깨 나가는 것이 가장 정법인데 본인에게 맞는 방법 하나가 통하면 됩니다.
어디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기 때문에 자기에게 제일 빠른 방법으로 가면 되지만,
이 수련은 치우친 사람이 아니라 전인全人을 만드는 수련이기 때문에
골고루 갖추어서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하단이나 중단이 되기 전에 상단이 먼저 깨이는 사람은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도통했다면서 절 받으려고 하고 건방져지는데 차례로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으로는 깨어졌어도 그것이 다 깨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수련하다가 도중 하차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정도 기가 장해지면 그 다음에는 안하무인,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본인들이 스스로 깨달았다고 하고 이상해지기도 합니다.
근기가 높으면 그렇지 않은데 근기가 어느 정도밖에 안 될 때 그런 현상들이 나옵니다.
옛날에는 이렇다 할 수련법이 없었기 때문에 말씀으로 깨는 방법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 수련은 일대 일로 전수하는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수련법은 책에 써 놓지 않습니다.
법은 상대방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을 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수받는 사람이 재목이 안 될 경우에는 알맹이는 빼고 전수합니다.
일정 수준까지만 전수를 하기 때문에 수련법이 책으로 전달된 경우는 없습니다.
저만 해도 책에는 '수련법 생략'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어제 어느 분이 저를 찾아와서 한두 달쯤 수련을 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아주 규칙적으로, 정확하게 순서를 정해놓고 하는 분입니다.
운동 30분, 대주천 30분, 다음에는 건곤일척 1시간, 이렇게 정해 놓으면 꼭 그대로 해야 하는 성격입니다.
그렇게 혼자서 몇 달을 하다 보니까 시간에 매이고 법에 매여서 스스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하고 싶을 때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너무 매이게 되면 금방 싫증나고 지치게 됩니다.
매이지도, 빠지지도 마십시오.
기에 매이지 말고 빠지지 말고 말씀에 매이지 말고 빠지지도 마세요.
중요한 것은 수련이나 말씀 속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알맹이, 즉 기 속에 들어있는 정보와 에너지가 중요한 것이지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법法, 수련법에 매이지 마십시오.
그 수련에서 하고자 하는 것을 취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책을 읽어도 말씀에 매이지 말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취하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진수를 보는 것, 핵심을 보는 안목이 제일 중요합니다.
대주천 수련할 때 앉아서 축기해도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신지요?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 때까지는 법에 의지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수련이라도 받아들이는 상태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어서
수련의 묘미를 아는 것은 오래 지나야 가능합니다.
지금 하는 수련법들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와 닿을 수 있고, 잘 안되고, 뭐가 뭔지 모르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수련이라도 본인이 기氣적으로 많이 갖추어지면 그때 비로소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법에 의지하고 가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어느 정도 수련이 되어서 자기가 핵심을 찌를 수만 있다면 그 다음에는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대주천 수련도 처음 했을 때하고 지금하고 마음 자세가 많이 달라졌어요.
마음 자세뿐 아니라 수련 자체도 다릅니다.
몇 년 뒤에 지금 하시는 수련을 하시면 많이 달라지실 겁니다.
수련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면서 해야 합니다.
수련을 매일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처음에는 앉기 싫고 하기 싫어서 자꾸 꾀가 나는데,
밥 먹는 데 꾀가 나지는 않지요?
수련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선생님께서도 전에 수련하실 때 저희처럼 대주천, 건곤일척 같은 것을 하셨습니까?
저는 매 수련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바로 파악했기 때문에 한 과정을 오래 하지 않았습니다.
수련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면 빨리 되고
그냥 막연하게 형식적으로 하면 백날을 해도 안 됩니다.
계속 파장을 맞춰서 이 수련이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이고,
수련법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 수련이 원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면 한없이 진도가 나갈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은 대주천 수련을 백날 해도 대주천이 바라는 바가 뭔지 파악을 못합니다.
몸소 기운으로 익히고 자기가 알아야 합니다.
누가 얘기해 주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야 넘어갑니다.
오늘 한 개운법 수련만 해도 수련법 자체만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련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면 금방 개운이 됩니다.
벌써 길을 많이 수정하신 분이 계십니다.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게 했는데 장애물도 많이 치워졌고 손금이 아주 단순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빨리 파악하면 빨리 도달하는데
도대체 무슨 수련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끝까지 진도가 안 넘어갑니다.
수련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운으로 깨닫는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기운으로 느껴 보시고, 각 수련과 관련된 내용을 뜻을 새기면서 자꾸 읽어 보세요.
수련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주와 동일화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우주가 '무심'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무심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심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심이 될 수 있는 단계를 계속 밟아 나가는 것입니다.
준비를 거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하면 잡념으로 세월을 다 보내게 됩니다.
집중하면서, 축기하면서, 기를 보내면서 계속 진도가 나갑니다.
단계를 높여서 한 계단, 한 계단 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무심으로 다다를 수는 없습니다.
차츰차츰 단계를 높여 나가게 됩니다.
무심이라는 것은 마음을 완전히 텅 비운다는 뜻인가요?
네, 하지만 그 '비운다'라는 것이 진짜 무엇인가를 알게 됩니다.
깨닫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참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알고 보면 간단한 일인데, 비우지를 못하니까 단전으로 내려 보내고 하는 방법 등을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아직 이런저런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수련을 계속 하다 보면 나중에는 너무나 편안한 상태가 되어 심지어
'아,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너무 편안해서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래도 되는 건가'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반가운 생각마저 듭니다.
요즘같이 밤에 천둥, 번개 치고 비가 많이 와도 무심으로 계시나요?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런 것들은 자연이 자기를 표현하느라 소리를 내는 것이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인위적으로 비를 줄인다든지 자연을 크게 거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연 현상은 모두 필요해서 일어나는 것이고 그럴 지경까지 갔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수련을 하다 보면 자연 현상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이 터득되는데
받을 만한 분이 계시면 전수를 하고 싶습니다.
비를 조절하는 것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수련법을 응용해서 합니다.
그러니까 평소 하는 수련이 나중에 운기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우주를 움직이는 법칙이 있어서 그 법칙만 알 수 있으면 끝나는 것입니다.
공식에 대입만 하면 되는 물리 문제와 같습니다.
비는 어떻게 오고, 푹풍은 어떻게 오고, 바람은 어떻게 불고하는 법칙이 있어서
그것만 알면 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수련법들이 쌓이고 쌓여서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요점을 파악하면 큰 기운도 부를 수가 있고 파악을 못하면 작은 기운도 부를 수 없습니다.
기운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법칙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 여기에 있는 것을 저기에 옮겨 놓으면 됩니다.
그렇게 흐름을, 방향을 트는 것이 원리입니다.
[내 인생은 내 뜻대로, 수선재, 2008년 8월 25일, 앉아서 우주까지,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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