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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선계이야기3

[최종]수선대에서 사는 재미

by 날숨 한호흡 2014. 7. 23.

 

 

 

수선대에서 사는 재미

 

 

OOO

 

 

석 달 동안 수선대에서만 지내다가 서울을 찾은 날,

나는 볼일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내려왔다.

 

 

음성 휴게소에서부터 수선대의 기운이 느껴지지 비로소 심호흡을 하며

탁한 공기에 절은 허파를 씻어냈다.

 

 

지구에서 가장 맑은 곳, 수선대!

 

 

이 곳에서는 1리터에 수천만 원을 주어도 구할 수 없는 우주기운을 호흡만 하면 맘껏 들이킬 수 있다.

 

 

그러나 마음놓고 숨쉴 수 있는 이외에 수선대에서 사는 재미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첫째, 하늘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점이다.

 

 

하늘이 회색이 아니라 푸른색이며, 저녁 노을이 아름답고,

하늘이 기침하는 소리(천둥)는 너무 크고,

밤하늘에서 별 구경을 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오랜만에 맛보는 행운이다.

 

 

한국의 대기가 이미 오염된 탓에 은하수는커녕 별이 총총한 밤하늘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즈음도

수선대에서는 수선재의 식구들보다 더 많은 숫자의 별을 바라볼 수 있다.

 

 

지구에는 다른 별에서 이주해 온 80여 종족이 살고 있다고 하니

수련 인연이 닿은 천수체인 수선인들에게 있어서의 별은 각각의 고향이다.

 

 

 

둘째, 자연의 향기와 숨결을 열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점이다.

 

 

겨울이 겁나게 추우며, 여름에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벌레들이 굉장히 많음을 알았다.

 

 

산비둘기의 울음소리가 3/4박자이며, 여름부터 가을 사이의 뱀은 독이 많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곧 허물을 벗게 될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욱 처량함을 배웠다.

 

 

또한 밭에서 갓 따낸 야채에는 생기가 입 안 가득 감돌고,

잡초는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음을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수선대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연은 내게 지구는 살맛 나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줌으로써

하루빨리 본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내 마음을 잠재워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즐거움은 이 곳에서 '좋은 사람들' 을 만나는 점이다.

 

 

수선대의 터줏대감 회장님은 회원이 한 분이라도 오시는 날은 하루종일 들뜬 표정으로 지내신다.

 

 

외출이라도 한 날은 돌아오기가 무섭게 빠른 눈길로 운동장을 한바퀴 둘러보신다.

 

 

주차한 차가 있는지를 살피시는 모습을 통해 나는 회장님의 그리움을 엿본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대로변의 자동차 소리가 가까워지면 강아지처럼 귀를 세운다.

 

 

그러다가 실망한다.

 

 

어쩌다가 밤늦도록 켜 있는 수련장의 불빛은 마치 헤로도토스의 별빛처럼 반갑다.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는 걸까?

 

 

고향에 돌아가 수선대에서의 추억을 조곤조곤 나눌 친구들을 기다리는 걸까?

 

 

지구에서의 얘깃거리는 희극일까, 비극일까?

 

 

아니면 공포물일까?

 

 

 

 

 

 

 

 

 

 

 

 

 

 

 

[ 선계이야기3-수선대에서 사는 재미, 수선재, 2000년 10월 출간, 22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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