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
자신의 마음자리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좌로 기울어질 수도 있고 우로 기울어질 수 있는데
둘 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야를 조금만 달리 해 보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죠.
항상 가운데 자리에서 이쪽 저쪽을 보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태로 가는 것이
도의 길입니다.
중용이란 너무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입니다.
늘 변함없이 같아요.
그러니까 비판적인 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칭찬만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섞였는데 약간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즉 중용이되 조금 긍정적인 상태가 도의 길이고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를 안 받습니다.
어떤 일로 눈이 멀어서도 안 됩니다.
한번 어느 쪽으로 빠지면 아예 눈이 멀어서 하는 분이 계신데 그런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다 볼 수 있으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적어도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대책이 없으면 계속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고 상당히 피곤하게 살게 되거든요.
어떤 식으로라도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가져야 하는데
수련과 일 속에서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매사의 해법이 다 수련 안에 있기 때문에 피로해도 수련하고
남에게 호소하고 싶을 때도 수련을 하십시오.
대화로 풀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그러면 수련을 못 합니다.
마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마다 자꾸 남을 찾는 사람 있죠?
참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해 봐야 속시원한 방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상이 마땅하지 않으면 구걸하는 심정까지 되고 치사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또 상대가 필요한 방법들은 업을 쌓기가 쉽기 때문에 되도록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십시오.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얘기해 버릇하면 끝까지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아요.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말을 낳아서 점점 쌓여 갈 뿐이니까
자신에 대해서는 일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수련 속에서 관(觀)해 봄으로써 방법을 찾으십시오.
얘기를 하려면 그 한 마디를 툭 던짐으로써 어떤 계기가 되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내가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말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얘기,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어요.
흔히 '너는 뭐가 문제' 라는 말들을 해 주기 좋아하는데
그것처럼 달갑지 않은 것이 없거든요.
그 사람이 그런 얘기를 들을 준비도 안 되어 있고 들을 의사도 없는데
괜히 한 마디씩 해 주는 거예요.
수련을 통해서 맑아지면 상대방이 지금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금장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저 입에 단 얘기가 아니라 적재 적소에 필요한 얘기를 해 줄 수가 있어요.
아무리 내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얘기를 해 주고 싶어도 때가 아니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때가 아니라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얘기를 들을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할 때를 기다렸다가 적시에 얘기를 해야지 괜히 얘기하는 것은
헛발질하는 것이죠.
나도 피곤해지고 상대방도 피곤해질 뿐입니다.
항상 말은 가둬 놓았다가 상대방에게 그 얘기가 꼭 필요할 때 해주는 것입니다.
수련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런 것이 다 보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괜히 말해서 상대방이 기분 나빠지고 역으로 나에게 전달이 되어 나도 기분나빠지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기의 흐름을 보게 되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안 하게 되는 거예요.
단체나 조직에도 보면 항상 기의 흐름을 어긋나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다 이쪽으로 가고 있는데 툭툭 반대 방향으로 끄는 사람입니다.
노골적으로 그러지도 하고 은근히 그러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 얘기를 할 때는
대화로써 의사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는데,
기의 흐름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괜히 그냥 오가는 사람에게 한 마디씩 툭툭 던지고
자꾸 흐름을 어긋나게 합니다.
사물을 보는 시각, 시점이 삐딱해 있으면 매사를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참 피곤합니다.
만일 자신이 소외되는 것 같고, 스스로 외로울 때는 매사를 한번 돌아보십시오.
수련자는 늘 어떤 것이 마음에 걸리면 일단 생각을 해 보는 거예요.
남에 관한 것이든, 나에 관한 것이든, 조직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든
'왜 그것이 걸리는가?' 를 생각합니다.
그렇게 계속 관(觀)하면서 수련 속에서 찾아봅니다.
그러면 반드시 이유가 나오거든요.
이유 없는 것은 없어요.
그 이유에 솔직해져야 되고, 솔직해지면 스스로
'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걸렸구나' 하고 시인하고 행동하시는 것이
스트레스 덜 받고 탁기 양산을 덜하는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신바람나게 해소시켜 주는 방법을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마신다든지 하는 일회용 방법들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수련을 하기 전에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통해서 해소를 했어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날은 집에 와서 책가방 탁놓고 그냥 책을 보기 시작하는데,
정신없이 책을 보다가 자면 다음 날은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싹 해소가 되곤 했어요.
저는 일찍부터 좋은 방법을 알았던 것이죠.
직장 다닐 때도 경쟁, 인간 관계의 비열함 등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그럴 때는 퇴근길에 책방에 들러 책을 빌려다 읽었어요.
주말에는 대하 소설 같은 것을 쌓아놓고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나중에는 눈꼬리가 아프기까지 해요.
책을 너무 읽으면 양쪽 눈꼬리가 아파지더군요.
그리고 나서 월요일에 직장에 나가면 말끔하게 다 없어져 있죠.
그 밖에 운동 같은 것도 참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수련에 들어온 사람은 이런저런 방법을 찾을 것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련을 통해서 해야 돼요.
수련하는 사람은 수련과 더불어 자신의 일을 신바람나게 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라는 것을 제가 글을 쓰면서 터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글 쓰는 작업이 아주 고통스럽기만 했어요.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면 다음 순간 막막해져요.
백지를 앞에 놓고 앉아 있을 때의 그 막막함과 대책 없음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마냥 괴롭기만 하죠.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끙끙거리다가도 저녁때쯤 보면
그래도 뭔가 그득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그럴 수 없이 참 기쁘더군요.
그렇게 아침에는 죽을 것 같다가 저녁에는 살 것 같은 시간들이 되풀이되다가
나중에는 시간도 많이 단축되어, 열 시간 정도 끙끙 거리던 것이 점점 줄어서
한두 시간 정도로 줄어들게 돼요.
그렇게 되면 컴퓨터 앞에서 막막하고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즐거워지고 뭔가가 떠올라서 신나게 쓰게 되고 머리 속이 맑아집니다.
[ 선계이야기3-탁기(濁氣), 수선재, 2000년 10월 출간, 8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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