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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선계이야기3

아름다운 길

by 날숨 한호흡 2013. 3. 16.

 

 

 

 

 

 

 

 

제가 EBS 텔레비전에서 하는 '세상보기'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요즘은 김진애라는 분이 강의를 하세요.

도시건축을 전공하신 분인데 언젠가 길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더군요.

도시계획에서 말하는 도시의 질, 삶의 질은 '길'에 달렸답니다.

물론 건축에도 달렸지만,

길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살기 좋은 도시인지 아닌지가 결정난다는 말이죠.

 

 

 

 

그 얘기를 잠깐 소개해 드리면 첫째, 길은 길수록 좋다고 하세요.

가다가 끊기는 길은 재미없대요.

그러면서 서울에서 제일 긴 길이 어딘지 아느냐고 묻더군요.

방청객들이 모른다고 하니까 인사동이래요.

인사동의 골목골목을 이 골목에서 나와서 저 골목으로 들어가고 하면서 직접 재어 봤답니다.

그랬더니 자그마치 32km가 되더래요.

32km면 굉장히 길죠?

그래서 김진애 씨 자신은 길이 끊기지가 않아서 인사동을 참 좋아한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저도 일찍이 인사동에서 골목길 걷는 재미를 느꼈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사람 사는 길도 그렇지만 수련하는 길,

도(道)의 길도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도라는 것이 길이잖아요.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짧게 가는 길이 아니라

먼 선계까지 가는 기나긴 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멀리 갈수록, 먼 길을 가는 수련일수록 좋죠.

가다가 끊기는 길이 아니라 끝까지 갈 수 있는 길, 우주까지 나갈 수 있는 먼 길이라면 좋겠습니다.

 

 

 

 

     

 

 

 

 

둘째, 길은 좁을수록 좋다고 해요.

좁은 길일수록 사람들이 오손도손 다정하게 걸을 수가 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길이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사실은 넓고 빨리 끊기는 길보다는

좁아도 길게 이어지는 길이 훨씬 편리하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는군요.

풍요롭게 한다는 말입니다.

 

 

저도 요즘 길이 참 멋없이 넓기만 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4차선, 8차선으로 넓게 가지만 가다가 곧 끊기지 않습니까?

지속되는 길이 없어요.

 

 

이 선도(仙道)의 길도 좁을수록 좋습니다.

1차선이면 좋고 외길이면 더 좋고 골목길이면 더욱 좋아요.

 

 

제가 전에 청계산에 등산을 자주 갔는데 거기 매봉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언젠가 여름 지나고 그 길을 가는데 풀이 무성해서 한 사람 정도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로

길이 좁아졌더군요.

사람들이 안 다니니까 그렇죠.

그런 곳을 헤치면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도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길이 나 있어서 뻥 뚫린 길이 아니라 아무도 다니지 않는,

한두 사람 정도 지나다닌 길을 헤치면서 가는 맛이 꽤 있어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어우러져서 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꼬블꼬블 가는 길,

산 속에 나 있는 오솔길같이 헤치면서 걷는 길 있죠.

그런 길을 가는 것은 참 경이롭습니다.

 

 

제가 한 번 가 봐서 이미 길이 나 있으므로 여러분들은 굳이 길을 만들면서 갈 필요는 없지만,

이 수련은 좁은 길을 헤치면서 가는 수련입니다.

또한 가다가 되돌아오는 길이 아니고 계속 이어지는 길,

나아가 일방통행이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셋째, 길은 걷고 싶은 길이어야 한다고 해요.

물론이죠. 그 길을 걷고 싶어야 길의 소임을 다하는 것인데,

걷고 싶은 길이려면 그 주변에 볼거리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길가에 집도 아기자기하게 있고 집 옆에는 상점들이 있어서 사람사는 풍경들을 볼 수 있고

만나는 장소도 있고 그래서 걷고 싶은 길이어야지,

그냥 바라보고 싶은 길이라든지 단지 편리해서 있는 길은 의미가 없다고 해요.

 

 

도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도의 길이 서로 걷고 싶은 길이어야지,

만약 '너는 가라, 나는 안 간다' 하고 외면하고 싶은 길이어서는 안 되잖아요.

 

 

이렇게 수선재와 수선대를 만들고, 또 일을 만들고 하는 것이 다 도의 길,

그 먼 길을 걷는데 지루하지 않도록, 또 싫증나지 않도록 아기자기하게 볼거리를 만들어 주는 거예요.

 

 

 

 

 

 

넷째, 길 가다가 쉴 곳이 있어야 한대요.

엉덩이 붙일 곳이 있어야 한다고 표현을 하더군요.

역시 공감을 했습니다.

이 도의 길도 먼 길이지만 가다가다 쉴 곳이 있으면 좋고 또 여기저기 보이는 경치가 아름다우면 더 좋겠죠.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수선대나 수선재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섯째, 아무리 좋은 길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먼 길 가는 것이 힘은 들어도 같이 가는 사람이 좋아서 힘들지 않게 갈 수도 있잖아요.

이 도의 길에 동무가 되어 같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밖에서 볼 때 선계수련이나 수선재는 이해가 안 될지라도

'그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면 갈 만한 곳인가보다' 그렇게 여겨질 만큼 이 수련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믿음을 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그 사람이 거기 다니는 것을 보니 저기는 안 되겠다. 가 보나마나

뻔하다'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누구가 다니는 것을 보니 거기는 참 믿을 만한 곳인 것 같다. 나도 가보고 싶다'

이렇게 되도록 개개인의 삶이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수련은 열심히 할지라도 수련을 하시는 태도가 안 된 분이 있어요.

여기도 하나의 사회인데 오고 가는 분들에게 다정한 눈길 한번씩이라도 보내고

옆 사람에게 폐끼치지 않고 하는 것들을 각자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수선대에 가시는 것만 봐도 거기 사시는 분이나 같이 가시는 분들에게 되도록 폐끼치지 않으려고

버스 몇 번씩 갈아타면서 먹을 것 싸들고 가시는 분이 있고,

홀랑 갔다가 신세만 지고 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작은 것이지만 다 그 사람의 살아가는 태도 거든요.

사는 모습입니다.

 

 

그 한 가지를 보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다들 잘 하셔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비록 수련은 싫어할지라도

'그분이 수련하는 곳이라면 참 가 볼만하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길이 좁고 먼 길이지만 같이 가시는 분들 때문에 힘을 얻어서 갈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옆을 보면 기운만 빠지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수련을 하나?'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무릎이 꺽어지더라도 동반하는 분들이 있어서

다시 세워 걸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이 또 말하기를 자신은 강남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 요즘은 그 동네에 사는 것이 참 즐겁다고 하더군요.

사실 강남이라는 곳이 멋이 없는 동네잖아요.

그런데 왜 즐거운가 하면 어느 날 보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집 앞에 나팔꽃을 심었는데

그것이 전봇대를 감고 올라가고 있더래요.

그래서 살맛이 난다고 해요.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인사동이 참 더럽다고 생각했거든요.

낙원동 골목이 좀 깨끗하지가 않아서 땅 쳐다보고 걷기가 겁났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집집마다 화분을 내놨는데 왜 그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없는 꽃들있죠?

옛날에 봤던 분꽃을 비롯해서, 금잔화도 참 보기 어려운데 그런 꽃,

또 채송화, 봉숭아 이런 것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참 반가웠고 그 때부터 저도 골목길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차들 다니는 대로로만 다녔는데 요즘은 골목길 다니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동을 요리조리 잘 돌아다닙니다.

 

 

 

 

 

 

 

 

 

 

[ 선계이야기3-선계수련이란?, 수선재, 2000년 10월 출간, 5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