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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황진이,선악과를 말하다

문사文士 소세양

by 날숨 한호흡 2010. 7. 25.

 

 

 

"제가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입니다."

 

 

소세양과의 만남을 문의합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던, 어떤 사람이었는지요?

 

저는 어떠한 사람이든 남자로서 그의 모든 것을 알고자 했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나면 지적인 해갈이 되고는 하였습니다.

제가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이며 이들이 제게 준 것 역시 진정한 사랑이었고, 저도 그들에게 저의 진심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얼마나 진실한 사랑이 들어 있는가에 대하여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사랑을 느낄 때면 그것은 제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소세양뿐 아니라 많은 선비들이 저와 교류하였으며 교류를 하는 동안은 진심으로 한 인간인 그를 사랑하였으므로 그가 당시에 무슨 직책을 가졌고,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하여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 소세양(1489~1562)의 자는 언겸이며 호는 양곡이다. 문명이 높고 율시에 뛰어났으며 송설체를 잘 썼다. 대제학, 이조판서, 형조판서, 병조판서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황진이와 소세양의 이야기는 임방(1640~1724)의 <수촌만록> 등에 전한다.

 

- 소세양이 소싯적에 이르기를, "여색에 미혹되면 남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황진이의 재주와 얼굴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는 친구들에게 약조하기를 "내가 황진이와 한 달을 지낸다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자신이 있네. 하루라도 더 묶는다면 사람이 아니네"라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러나 막상 송도로 가서 황진이를 만나보니 과연 뛰어난 사람이었다. 30일을 살고 어쩔 수 없이 떠나려 하니, 황진이가 루에 올라 시를 읊었다. 이 시를 듣고 소세양은 결국 탄식을 하면서 "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더 머물렀다.

 

 

* 이 때 황진이가 소세양을 송별하며 읊은 시가 바로 다음의 시이다.

 

소세양판서를 보내며

 

달빛 아래 오동잎 모두 지고

서리 맞은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구나

누각은 높아 하늘에 닿고

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흐르는 물은 거문고와 같이 차고

매화는 피리에 서려 향기로와라

내일 아침 님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奉別蘇判書世讓(봉별소판서세양)

 

月下梧桐盡 월하오동진

霜中野菊黃 상중야국황

樓高天一尺 누고천일척

人醉酒千觴 인취주천상

流水和琴冷 유수화금랭

梅花入笛香 매화입적향

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

情與碧波長 정여벽파장

 

 

 

 

[ 제2장 황진이, 남자를 말하다, 12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