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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황진이,선악과를 말하다

이사종, 일부종사를 경험하고

by 날숨 한호흡 2010. 7. 30.

 

 

 

"일부종사가 어떤 것인가 알아보려 했던 것이었습니다."

 

 

선전관이었다는 이사종과는 어떤 관계였는지요?

6년간 계약결혼을 하였다는데 그랬었는지요?

이사종과는 상호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습니다.

이사종은 저를 필요로 하였고, 저는 이사종이 필요하였던 관계입니다.

반드시 6년간이었던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서로 정을 주고받을만한 시간을 함께 한 것입니다.

줄 정은 다 주고 받을 정은 다 받은 시간이지요.

항상 많은 남정네들을 만나는 삶이다보니 제가 기대한 적도 있고 그들이 기대한 적도 있으나 어느 쪽이든 만나고 나서 아쉽게 헤어지는 일의 반복이다 보니 그렇지 않은 만남을 가져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 것이고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하여 제가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저와 사랑을 나누었던 분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명으로 나오는 분들이 별로 없지요.

양반의 속성상 저를 좋아하면서도 자존심상 좋아함을 나타내는 것을 싫어하는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명을 거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이거나 어쩔 수 없이 거론된 경우는 대부분 드러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명으로 전해져 옵니다.

이사종 역시 어쩔 수 없이 거론된 경우인데 계약결혼이라기보다는 일정 기간 동안 한 사람만 만나면서 가급적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고 지냈던 경우이지요.

상호간에 불필요한 기대를 하지 않고 인간이 적당히 사랑할 만한 정도의 시간을 함께 하려던 것이지요.

일부종사一夫從事가 어떤 것인가 알아보려 했던 것이고, 잠시라도 해보고 나니 저의 경우는 역시 아닌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한 사람에 매여서 사는 것이 마땅치 않을 뿐더러 그만큼이면 오래 함께 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제가 느낀 것은 참으로 괜찮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함께 하다보면 서로 조건이 달라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할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 6년간의 계약결혼으로 잘 알려진 황진이와 이사종의 이야기는 <어우야담>에 나온다.

 

- 선전관 이사종은 노래를 잘했다. 일찍이 송도를 지날 때 황진이와 같이 놀고자 하여 천수원 냇가에서 말에서 내려 갓을 벗어 배 위에 올려놓고 드러누워 소리 높여 노래를 몇 곡조 불렀다. 그때 마침 주위에 있던 황진이가 역시 말에서 내려 쉬다가 그 노래를 귀담아 듣더니, "드문 노랫소리다. 반드시 촌가의 속된 곡조가 아니다. 서울의 풍류객 이사종이 당대 절창이라고 들었는데 그 사람인가 보다" 하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과연 그였다.

이에 자리를 옮겨 가까지 즐기다가 황진이의 집에 와서 며칠을 같이 지낸 후 말하기를 "마땅히 그대와 함께 6냔을 살겠습니다" 하더니, 이튿날로 3년 동안 살림을 살만한 재산을 이사종의 집으로 옮기고는 그의 부모와 처자를 섬기고 첩으로서의 예를 다하며 그의 가족을 먹여 살렸다.

3년이 지나자 이번에는 이사종이, 황진이가 그의 집에 했듯이 황진이의 일가를 돌보았으며, 꼭 6년이 되던 날 황진이는 "이미 약속이 이루어지고 기일이 다 되었습니다" 하고는 그만 하직했다.

 

* 끝으로 이별을 노래한 황진이의 시 한 수를 감상해 본다.

 

김경원과 헤어지며

 

삼세의 굳은 인연 좋은 짝이니

이 중에서 생사는 두 마음만 알리로다

양주의 꽃다운 언약 내 아니 저벼렸는데

도리어 그대가 두목(杜牧)처럼 한량이라 두려울 뿐

 

別金慶元(별김경원)

 

三世金緣成燕尾 삼세금연성연미

此中生死兩心知 차중생사향심지

楊州芳約吾無負 양주방약오무부

恐子還如杜牧之 공자환여두목지

 

 

[ 제2장 황진이, 남자를 말하다, 12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