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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인연 이야기

입 안의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

by 날숨 한호흡 2010. 7. 21.

 

 

 

 

 

 

 

 

 

옛날 어떤 나그네가 라자가하에서 걸식하다가 성문에서 새끼를 낳은 암소한테 떠받쳐 목숨을 잃었다.

소 임자는 겁이 나 그날로 소를 팔아 넘겼다.

소를 산 사람은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로 소를 끌고 가다가 뒤에서 소가 떠받는 바람에 그만 죽고 말았다.

 

소를 샀다가 재난을 당한 그집 아들은 화가 나서 그 소를 때려 잡았다.

자기 아버지를 죽인 소의 고기를 입에 댈 수 없어 장에 내다 팔기로 했다.

어떤 시골 사람이 그 소머리를 사서 메고 가다가 자기 집에서 십리 쯤 떨어진 한 나무 밑에 앉아 쉬게 되었다. 새끼에 매단 소머리를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는데,

그만 새끼가 끊어지는 바람에 소머리가 떨어지면서 나무 아래 쉬고 있던 사람은 뿔에 찔려 죽었다.

이와 같이 그 소는 한꺼번에 세 사람을 죽인 것이다.

 



라자가하의 빔비사라왕은 그 말을 듣고 너무 괴이한 일이다 싶어 신하들을 데리고 부처님을 뵈러 갔다.

 

"세존이시여, 실로 괴이한 일이 있습니다.

한 마리 암소가 세 사람을 죽였습니다. 무슨 변고인지 그 까닭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죄의 갚음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지금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그 옛날 세 사람의 상인 이웃 나라로 장사하러 가서 한 외로운 노파 집에 머물게 되었소.

그들은 넉넉하게 값을 치르겠다고 한 당초의 말과는 달리 며칠동안 편히 숙식을 했으면서도

떠나올 때는 노파를 만만하게 보고 값도 치르지 않은 채 빠져 나오고 말았소.

 

노파가 밖에서 돌아와 장사치들이 보이지 않자 이웃사람에게 물으니, 그들은 벌써 떠나갔다고 했소.

노파는 그럴 수 있는가 싶어 수십리 길을 걸어 그들의 뒤를 쫓아 갔소.

그들을 겨우 만나 숙박료를 요구하니 장사치들은 도리어 화를 내면서

오늘 아침 벌써 치렀는데 또 달라느냐고 하면서 잡아떼는 것이었소.

노파는 외로운 처지라 어떻게 더 해볼 도리가 없었소.

그러나 분이 치밀어 올라 그들을 저주하였소.

 

'내가 지금은 곤궁해서 너희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이 다음 생에는 너희들을 만나 이 원한을 풀 것이다. 축생이 되어서라도 너희들을 한꺼번에 죽이고 말 것이다.'

이렇게 그 노파는 이를 갈면서 저주했던 것이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 때 그 노파가 바로 오늘의 저 암소요.

소한테 떠받쳐 죽은 세 사람은 숙식비를 떼먹고 달아난 그때의 장사치들이고요."

 




부처님은 게송을 읊으셨다.

 

나쁜 말과 꾸짖는 말로

잘난 체 뽐내면서

함부로 남을 업신여기면

미움과 원한이 움을 튼다

 

공손한 말과 부드러운 말씨로

남을 높이고 공경하며

맺힘을 풀고 욕됨을 참으면

미움과 원한은 저절로 사라지리

 

무릇 사람이 이 세상에 날 때

그 입안에 도끼가 생겨

그로써 제 몸을 찍나니

그것은 악한 말 때문이니라

 

<법구비유경 언어품>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