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인연 이야기

불 살생의 공덕

by 날숨 한호흡 2010. 7. 9.

 

 

 

 

 

 

 

옛날 라자가하에서 5백리쯤 떨어진 산속에 백여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떌나무와 사냥으로 업을 삼아 짐승의 털로 된 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면서 살았다. 그러니 처음부터 농사지을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신을 섬기었고, 세상에 부처님이 출현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부처님은 밝은 지혜로 그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살피시고 그곳에 가서 한 나무 밑에 앉았다. 사내들은 사냥을 하러 나가고 여인들만 빈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몸에서 눈부신 광명이 나오는 걸 보고 놀라면서 그를 신인(神人)으로 여겼다. 다들 그 앞에 모여 예배하고 자리를 마련해드렸다.

 

이때 부처님은 여인들을 위해, 산 목숨을 죽이는 죄와 자비를 행하는 복을 말씀하셨다. 여인들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산에서 사는 저희들은 살생을 업으로 하기 때문에 짐승의 고기만 먹고 삽니다. 변변치 않으나마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받아주십시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여래의 법은 중생의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공양을 마치고 왔으니 염려마십시오. 세상에는 먹을 만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남의 산 목숨을 죽여 그것을 먹고 살아갑니까? 그 과보를 어찌하려고. 농사를 지어 다섯 가지 곡식을 먹고 중생들을 가없이 여겨야 합니다. 아무리 미미한 곤충이라도 죽음을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다. 내 몸만을 위해 그들을 죽인다면 그 죄는 그림자처럼 나를 따를 것입니다. 자비심으로써 산 목숨을 죽이지 않으면 살아가는 세상마다 근심은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자비심으로 살생하지 않고

항상 중생들을 거두어 주면

그는 흐린 세상에 살지라도

가는 곳마다 근심이 없으리

 

살생하지 않고 자비를 행하고

말을 삼가고 마음을 지키면

그는 죽음이 없는 곳에 살아

가는 곳마다 근심이 없으리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깨끗하기 성인의 교훈과 같고

넉넉한 줄 알고 그칠 줄 알면

그는 생사 윤회에서 벗어나리라.

 

부처님이 이와 같이 설법하실 때 사냥 나갔던 사내들이 돌아왔다. 부인들이 여느 때처럼 마중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그들은 잔뜩 화가 나서 밖에서 온 침입자(부처님)를 해치려고 하였다. 여인들이 만류하면서 내력을 이야기했다. 사내들은 곧 허물을 뉘우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희들은 이 깊은 산중에 살면서 많은 생명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갚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인자한 마음으로 행하고

널리 사랑하여 중생을 구제하면

열 가지 복이 있어

그림자처럼 그 몸을 따르리라

 

누워도 편안하고 일어나도 편안하고

잘 때는 흉한 꿈 꾸지 않으며

하늘은 자비와 사랑으로 보호하고

독이나 흉기의 피해를 받지 않네

 

물이나 불에도 다치지 않고

사는 곳마다 이익 얻으며

죽은 후에는 범천에 올라가리니

이것을 열 가지 복이라 하네.

 

이와 같이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면서 살생하지 않을 것을 부처님께 맹세하였다.

부처님은 라자가하로 돌아와 국왕인 빔비사라를 만났다.

그들에게 농사지을 땅과 먹을 곡식을 주라고 하였다.

 

<법구비유경 자안품>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