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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성과 영성을 위한 글/인연 이야기

가까이 하면 물이 든다

by 날숨 한호흡 2010. 7. 29.

 

 

 

 

 

 

 

 

 

영축산 너머에서 30여 대를 내려오면서 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70명의 바라문이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자 수염과 머리를 깍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출가는 했지만 처자를 사모하는 정을 여의지 못해 영축산을 지날 때마다 뒤돌아보곤 했었다. 어느날 부처님을 따라 절로 돌아오면서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세속을 못잊어 했다. 더구나 비가 내려 그들의 마음은 더욱 울적하고 답답했다.

 

부처님은 그들의 심정을 아시고 길가에 있는 빈 집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비를 피했다. 성글게 이엉을 이은 지붕이라 비가 새었다. 부처님은 이걸 보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지붕의 이엉을 성글게 이어

비가 오면 곧 새는 것처럼

뜻을 굳게 단속하지 않으면

음란한 욕심이 마음을 뚫는다.

 

지붕의 이엉을 촘촘히 이으면

비가 와도 새디 않는 것처럼

뜻을 굳게 지니고 그대로 행하면

음란한 욕심이 생기지 않으리.

 

70명의 비구들은 이 게송을 듣고 뜻을 굳게 지니려고 애써 보았으나 마음은 그전처럼 울적하기만 했다. 비가 개어 길로 나섰다. 길가에 헌 종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한 비구에게 그 종이를 주으라고 하셨다. 그는 분부대로 종이를 주웠다.

 

부처님꼐서 물었다.

 

"그 종이는 무엇에 쓰였던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향을 썼던 종이인 모양입니다. 지금은 버려져 있지만 아직도 향내가 배어 있군요."

 

말이 없이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새끼도막이 길가에 놓여 있었다. 부처님은 그걸 주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물으셨다.

 

"그것은 무엇에 썼던 도막인가?"

 

"이 새끼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아마도 생선을 묶었던 새끼도막인 모양입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든지 본래는 깨끗하지만 그 인연에 따라 죄와 복을 일으킨다. 어진이를 가까이 하면 뜻이 높아지고, 어리석은 자를 벗하면 재앙이 닥친다. 그것은 마치 종이가 향을 가까이했기 때문에 향내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가까이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무엇엔가 점점 물들어 가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악한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냄새나는 물건을 가까이하듯

조금씩 조금씩 허물을 익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악한 사람이 된다

 

어진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향기를 쏘이며 가까이하듯

지혜를 일꺠우며 선을 쌓아

자신도 모르게 선한 사람이 된다.

 

<법구비유경 쌍요품>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