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를 죽도록 미워하다가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이상한 병에 걸린 저는
세상이 너무 재미없는데다가 몸이 무겁게 느껴진 나머지 일을 잠시 쉬면서 침대에서 뒹굴게 되었죠.
할 일이 없으니 밤낮으로 자살하는 방법만을 연구했어요.
결론은 밖에서 죽자는 쪽으로 났어요.
이왕이면 주변 경치가 좋은 물에 빠져 죽자고요.
물을 워낙 좋아하므로 물을 택했고,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으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 물고기에게 보시나 하자고 했죠.
제가 생선을 많이 먹었거든요.
미안해서요...
캐나다 쪽의 나이아가라 폭포도 떠올랐고,
알래스카의 어느 빙하도 떠올랐지요.
빙하에 구멍이 난 곳이 있더군요.
그 곳에 빠지면 얼어 죽는다는데 숨이 끊어지는 시간이 3분이나 걸린데요.
30초라면 모르겠는데 얼음물 속에서의 3분은 긴 시간인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사는 곳 인근에 있는 굉장히 아름답고, 굉장히 큰 저수지를 발견했어요.
후미진 곳에 있으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몇 번씩이나 답사를 끝낸 후에는 저는 그곳을 그 장소로 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느날 밤에 일어나 실행에 옮기기로 했죠.
추운 날이었어요.
저수지로 가려고 두껍게 옷을 차려입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는데
죽지마라!
이상한 음성이 들리더군요.
여자의 목소리였어요.
귀를 기울이니
죽으면 안된다.
는 말이 또 들려오는 거예요.
저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나 살기가 싫었던 나머지 무시하고 걸어 나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헌데 시동이 안 걸리는 것이었어요.
여러 번에 걸쳐 시도를 하니까 마침내 시동이 걸리기에 저는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한참을 저수지를 향하여 가는데 마치 무슨 귀신의 장난처럼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아무리 다시 시도를 해보아도 안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걸어서 가자고 생각하고는 걸어 나섰죠.
한참을 걸었어요.
너무 춥더군요.
게다가 무서웠어요.
저는 얼마 안 가서 걷는 것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시하죠?
예의 그 귀찮은 병이 그때 마침 도진 거예요.
걷기도 귀찮고 죽으러 가는 것도 몹시 귀찮더군요.
날이나 풀린 다음에 죽자고 미루고는 돌아왔는데 그 이후 다시는 그런 생각이 안 들더군요.
안 죽어서 시시한가요?
아니면 다행인가요?
얼마 전까지는 그때를 생각하면 무서워져서 소름이 돋았을 정도랍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누가 제 차의 시동을 껐을까요?
그날 오후에 차를 점검했기 때문에 밤에 차가 고장이 날 리는 없었죠.
또 새 차였거든요.
그때까지는 고장 한 번 안 난 차였답니다.
오랜 세월 명상을 한 끝에 저는 '그때 그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답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저의 본성本性이었답니다.
사람은 누구나 조물주님의 분신인 본성을 지니고 태어나지요.
인간은 조물주님의 작품으로서 조물주님은 자신을 가장 닮은 개체로서 자신의 일을 같이 해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생명체로 인간을 선택했답니다.
헌데 마음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니까 동물과 같은 속성의 몸을 만드신 것이고요.
그래서 인간은 반은 신이고 반은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몸은 동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고, 마음은 신의 신성神性을 지니고 태어난다고요.
그러니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슬픈 운명이지요.
몸은 동물을 따르려고 하고, 마음은 신을 따르려 하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선택받은 종種이기도 하지요.
마음이 몸을 이기면 신이 되니까요.
마음이 몸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이냐구요?
바로 호흡을 통한 명상이랍니다.
[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5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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