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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황진이,선악과를 말하다

선악과는 무엇일까?(5)

by 날숨 한호흡 2010. 5. 11.

 

 

 

전생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했나봐요.

다시 금생으로 돌아와야죠.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니까 말이죠.

현재 중에서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저는 행복하답니다.

왜냐면 오래 고민해왔던 글쓰기가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지요.

이제부터는 술술 써질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늙고 병들고 싶어서 몸이 시들고 이곳저곳 상해 있는 것이 아니고요,

죽고 싶지 않아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또 늙어 추해지기 전 적당한 시기에 폼 나게 죽고 싶어도

틀림없이 그게 여의치 않을 거라는 말이지요.

언젠가 자살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을 때도 그 방법이 마땅치 않을 뿐아니라,

자살은 큰 죄이어서 자살한 영혼은 구천에서 영원히 헤매게 된다는 협박이 마음속에서 들려오더군요.

즉 생로병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누구 마음대로 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려는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랍니다.

같이 탐구해 보시자구요.

 

자살 이야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신이 나는군요.

왜냐고요?

저는 자살하기 위해서 사니까요.

히히...

한번은 이상한 병으로 오랫동안 누워서 지낸 적이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병이 났던 이유도 아마 제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의문이 생기면 풀릴 때까지는 저와 상대방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달달달 지지고 볶으니까요.

참 안좋은 성격이죠.

하지만 배안의 짓이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죠.

지금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텐데요.

병명도 알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런 병은 이제껏 없었다니까요.

궁금하시죠?

 

유방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병이었어요.

이스트를 넣은 빵이 부풀어 오르듯이 저의 양쪽 유방은 끝없이 부풀어 올랐었죠.

게다가 몹시 아팠어요.

고민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지요.

이 병원 저 병원 가 보았어요.

모두 다 이유를 모르더군요.

저는 산부인과에 가서 스스로 처방을 내어 약을 달라고 했지요.

 

여성 호르몬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으니 남성 호르몬을 주세요.

 

간절하게 말했죠.

의사가 웃더군요.

 

웃으실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따졌죠.

의사는 이러저러한 부작용을 말하면서 그래도 먹겠느냐고 묻더군요.

먹겠다고 했죠.

석 달 동안 약을 먹었어요.

헌데 아무런 차도도, 아무런 부작용도 없었어요.

성질이 날 대로 났지요.

차라리 암이라거나 암이라고 생각되는 그 무엇이라면 속 시원히 잘라내고 치료를 받을 텐데 말이죠.

끔찍하시죠?

다 지난 일인데요. 뭘.

 

한약도 먹고, 마사지도 하고, 별 짓을 다 했지만

점점 더 부풀어 오르고 점점 더 아파왔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마음의 병이었을 거예요.

언젠가 어떤 책을 보니까 유방이나 자궁 등 생식기에 생기는 병은 마음의 병이 많다는군요.

특히 남자들에 대한 미움이나 갈등이 그런 식으로 나타나기 쉽다는 거죠.

공감이 가는 말이에요.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봐서 말이죠.

 

 

 

[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3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