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는 나는 누구인가?
왜 이러는가?
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일어나서
어떤 때는 도저히 이룰 수조차 없었죠.
잠이 들었다가도 잠시 깨면 이런 의문들이 고개를 들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게 됩니다.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떠올라요.
학교에서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안 가르쳐주잖아요.
그러니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읽어봐도
내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지요.
해서 고요히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 방에 살금살금 들어가 옆에 누웠어요.
그러고는 어머니가 깨실 때를 기다리며 이리 뒤척 저리 디척 자는 척 하고 있었죠.
잠귀 밝으신 어머니는 얼마 안 가서 깨십니다.
다정하게 물으시지요?
잠이 안 와?
예.
무슨 고민 있어?
아니요.
그럼 왜?
궁금해서요.
뭐가?
저를 왜 나으셨어요?
어머니가 피식 웃으시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었죠.
저는 어머니의 말랑말랑한 젖꼭지를 돌돌 말며 살살 비빕니다.
그만 해. 아파.
예.
더 어렸을 때는 바로 위의 언니와 제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기도 했었답니다.
직장에 다니시던 어머니는 한쪽 끝에서 편안하게 주무시기를 원하셨고
저희들은 어머니의 양 엎에서 한쪽 젖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였었죠.
어머니는 직장생활에, 살림에, 네 아이들 뒷바라지에, 또 사화활동에
너무 피곤하신 나머지 어떤 때는 잠이라도 편히 자자시며 역정을 내기도 하셨어요.
우리들은 몸시 서운해 했죠.
하루 종일 떨어져 지내는데 밤에 젖가슴 한쪽도 온전히 내어주지 못하시냐고요.
어머니가 강력하게 원하실 때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어머니와 멀리 떨어져 자게 되었죠.
헌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종종 위치가 뒤바뀌어 있고는 했습니다.
중간에 잠이 깬 언니의 짓이었죠.
언니는 자신이 지는 날에는 제가 잠이 들기를 기다란 후
위치를 바꾸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기도 했었다고 훗날 고백하더군요.
저는 사기를 당한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엉엉 울며 통곡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담담한 어조로
누가 죽었니?
하셨죠.
그때는 그러시는 어머니가 참 섭섭했었는데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립군요.
겉으로는 냉정하시지만 가슴에는 화로를 묻고 사시던 어머니가 영영 안 계시니까요.
[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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