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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황진이,선악과를 말하다

[프롤로그_모노드라마]선악과는 무엇일까?(1)

by 날숨 한호흡 2010. 4. 27.

 

 

 

저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저와 관련된 부분이 몹시 궁금했죠.

아마 자기애가 강해서 그럴 거예요.

저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저라는 사람을 좋아만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좋아하기보다는 싫어하는 편이에요.

요즈음은 싫어하는 부분이 더 많답니다.

 

 

왜 미인이 아닐까.

언니들은 속 쌍꺼풀이라도 있는데 나는 왜 소복 눈이어서 자고

일어나면 늘 부어 있을까

왜 머리와 얼굴은 이다지도 크고 넓을까

 

 

언젠가 책을 보니 우리나라의 조상이라는 동이족은 머리가 크다고 했어요.

머리가 큰 대신 머리가 좋다고요.

머리가 좋다는 점은 마음에 드는데 머리가 큰 것은 좀 그러네요.

미인은 머리가 작다니까요.

머리가 아니라 얼굴인가?

하여간 얼굴이 크다고 해서 불편한 점은 세수할 때 씻어야 하는 면적이

넓은 것 외에는 없지만 요즈음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인기 연예인들은

모두 머리와 얼굴이 주먹만 하게 작더군요.

누군가가 핸드폰을 받는 광고를 보니 작은 핸드폰이 얼굴을 반이나 가리더라고요.

엄청 부러웠어요.

경제적인 면에서 본다고 해도 얼굴이 크다고 해서 뭐 세금을 더 낸다거나

버스 요금을 더 낸다거나 미장원 요금을 더 낸다거나 하는 점은 없지만서도

다들 얼굴이 작아야 좋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있죠.

 

 

얼굴 얘기만 잔뜩 했군요.

사실 얼굴 얘기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얼굴이야 뜯어고칠 수도 있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는 제 마음은 하여튼

저 자신도 다루기가 어려워요.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왔어요.

저는 비를 아주 싫어한답니다.

예전에는 비를 좋아하던 시절도 있었던 거 같아요.

헌데 기억해낼 수 없는 언제인가부터 비가 내리면 우울해지더군요.

하루 종일 비가 오면 하루 종일 우울하답니다.

너무 우울해서 밥도 안 먹어요.

밥을 차리기도, 수저질을 하기도, 음식을 씹어 넘기기도 귀찮아서요.

그러다가 비가 그치면 좀 나아지더군요.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해가 쨍쨍나니까 반가워요.

그래서 일어나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죠.

헌데 요기까지 쓰고 나니까 귀찮아지는군요.

하여간에 싫증을 잘 내요.

이 부분에서 잠시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시작해 볼게요.

 

 

 

 [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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