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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 칼럼/수선재 명상편지

엄마의 밥상

by 날숨 한호흡 2010. 4. 3.

엄마의 밥상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임신이 된 기쁨도 잠시,
입덧으로 고생을 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엄마가 만들어준 봄나물과 된장찌개였습니다.

손맛으로 버무린 싱싱한 봄나물의 향기와
냉이와 두부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를 생각하니
입 안 가득 침이 고입니다.

평소에는 안부전화 한통 안하던 무심한 딸자식이
그제야 전화기를 듭니다.

그날 저녁, 딸내미 전화를 받고 온 엄마의 양손에는
음식을 바리바리 싼 보따리가 들려있었습니다.

보따리에는 냄비에 담긴 된장찌개와 봄나물 외에도
입맛을 돋우어줄 온갖 음식들과 과일들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 무거운 보따리를 양손에 가득 들고
버스를 타고 1시간이나 걸려 온 것입니다.

버스에서 행여나 된장찌개를 쏟을까 싶어
꽁꽁 싼 냄비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었습니다.

가져온 음식으로 밥상을 차려주고
딸내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설거지까지 해주시고는
늦은 밤 집으로 가셨습니다.

가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니
무언가 미안하고 고맙고 애잔한 감정이
가슴에서 느껴집니다.

말로 하는 표현보다
말없이 조용히 몸으로 보여주는
엄마의 사랑에 조용히 눈물을 흘려봅니다.

받았으나 깨닫지 못하고
뒤늦게 알게되는 진실이
바로 부모의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혜선님의 명상일기 -
※ '명상일기' 는 명상과 일상생활에 관한 수선재 회원들의 자기 성찰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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