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2권)

이지함

by 날숨 한호흡 2009. 10. 7.

 

 

 

우리 선대에는 선인이 여러분 계십니다. 이 선인 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도 있고, 잘 모르는 분도 계십니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는 진정 수련을 한 경우이며, 또 다른 경우는 이름을 빌린 경우입니다.

 

저는 이름을 빌려 드린 경우로서 저의 실제 실력은 책에 나온 것보다 낮습니다. 저의 스승님은 당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분으로서 제가 살던 마을에 와서 10여 년간 사시던 분이었습니다.

 

계골 선생으로 알려진 이 선생님은 실로 어느 학문에나 정통하셨으며, 당신의 지식으로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저느 그 중에서 인생의 미래를 미리 알아보는 법에 관하여 배웠으며, 그 중의 일부를 적어 놓은 것이 "토정비결"입니다.

 

이 비결을 펴 내는 것은 선생님의 허락을 받았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등재하는 것에 대하여는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부분에 관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선생님의 이름을 사용함이 허락되지 않을 뿐더러 당시의 그 성함조차 실명인지도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이 비결의 큰 줄거리는 맞습니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에 들어가면 틀린 점이 발견되는데, 이 틀린 점은 일부러 틀리게 한 것입니다. 인간의 미래는 당시 선생님의 예지 능력으로 보아 맞추지 못할 것이 없었으며, 따라서 그 내용대로 펴 낸다면 인간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생님께서는 일부러 모든 것을 싣지 않고 그렇게 일부만 펴도록 하신 것입니다.

 

저는 동네에 살면서 선생님을 뵈었고, 선생님은 동네의 모든 분들의 어려움을 알게 모르게 해결해 주시면서 계셨습니다만, 나중에 생각하면 저와의 인연 때문에 오셨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의 많은 아동들 중 깊은 지식을 전수받은 것은 저밖에 없으며, 그것은 저의 선도 수련 이후 앞날을 선생님꼐서 예견하신 탓인가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시 조용하시면서도 결정적인 시기가 되면 정확한 판단을 내려 주셔서, 동네 사람들이 별 어려움 없이 매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 주셨으며, 이러한 선생님의 예지능력은 어느 날 선생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실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오실 때 벌써 60이 넘으신 것으로 보였으며, 저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 주고 난 이후는 일흔이 훨씬 넘으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의 영향은 당시 조선의 다른 곳에서도 입은 것 같았으나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인간의 사주에 관한 것 이외에도 다양한 학문적 성취를 맛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것이 기반이 되어 나중에 큰일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까지 이렇게 대화가 가능한 경우는 없었으며, 이제 앞으로는 지난 시절에 제가 겪었던 것들에 대하여 하나씩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감추어져 있으며, 드러난 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일부라도 정확히 알면 대처가 가능한 것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도 모른 채 가는 사람들이 99.9% 인지라, 모두가 발전의 계기를 놓치고 정해진 대로 가고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 흑세 무민하는 책들이 많이 나올 것이나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것은 지금부터의 사람들 몫입니다.

 

알겠습니다. 자주 만나십시다.

알았습니다.

 

* 선인들은 모두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겸손하게 자신들의 행적을 과소 평가한 점이 없지 않다. 모두 상당한 수준의 선인들이었음을 밝히고 싶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92쪽 ] 

 

  

 

 

'1. 선계수련 교과서 > 한국의 선인들(2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98년 새해 아침  (0) 2009.10.10
[수련원(수선재) 개원 이후]수련 지도(1)  (0) 2009.10.08
김시습  (0) 2009.10.06
박지원(2)  (0) 2009.10.05
박지원(1)  (0) 200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