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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2권)

박지원(1)

by 날숨 한호흡 2009. 9. 30.

 

 

 

반갑습니다.

그간 뵙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지내시는지요?

여전히 본업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요즈음은 무엇이 본업입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본업이옵니다.

 

바라보니 어떻던가요?

어지러워서 잠시 피하고 싶을 뿐이옵니다.

 

선생도 이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 중의 한 분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사옵니다.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갈 뿐이옵고, 저는 저대로 노력을 할 뿐이옵니다.

 

요즈음의 세상은 어찌하면 좋겠는지요?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사옵니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면 세상은 절로 발전하도록 되어 있으나,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제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사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게 되어 가고 있사옵니다. 정치인부터 본래의 자리에서 이탈한 사람이 65% 이상 되는데다가, 기업가는 90% 이상, 학자도 80% 이상, 전체 국민의 70% 가까이가 제자리를 이탈하고 있사오니,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사옵니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거의 손볼 여지가 없사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본래 망하도록 가는 것은 아니므로 이 상태대로 더 망가지지 않고 갈 것이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일부만 정신차리면 나라는 나아갈 수 있사옵니다.

 

개개인의 발전은 개인의 운명대로 가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걱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실학을 주창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발전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나, 개개인의 갈길은 따로 있사옵고, 다른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사옵니다.

 

하늘의 일은 작은 것 하나도 큰 효과가 나타나게 되어 있사오나, 인간의 뜻은 하늘의 뜻으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별로 효과가 나지 않도록 되어 있사옵니다. 난국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일국의 통차자가 가지면 10% 이내의 효과를 가집니다.

 

따라서 실무자의 생각을 통치권자가 읽을 수 있어야 나라가 발전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난국은 아직 본격적인 난국이 아닌 바, 난관의 정도를 보면 30~40점 정도인 상태로서, 이 정도는 우리가 조금씩만 노력을 더 하면 그리 힘겹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것은 연습이며, 앞으로 본격적인 어려움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정도의 연습을 해 두는 것은 앞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소비를 건전한 소비로 바꾸고 생활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될 정도의 수준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 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알았습니다. 자주 보십시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8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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