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잘 계시었는지요?
저는 그 동안 인간 세상에서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었사옵니다.
어째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저 자신의 주제에 비하여 넘치는 접대를 받고 있사옵니다. 저는 원래 도의 경지가 그리 높지 않아 남의 앞에 나설 주제가 못 됨에도 속인들의 평에 의하여 엄청난 도인으로 추앙되어 왔사옵니다. 그래서 제 수준에 비해 높은 대우를 받고 있사옵니다.
아닙니다. 선생이 아니었으면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는지요?
부끄럽사옵니다. 당시에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며, 누군가가 대적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하였사옵니다. 헌데 지나고 다시 생각을 해 보니 그것이 모두 치기 어린 소행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닙니다. 잘한 일입니다.....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 아니었습니까? 당시의 일로 황진이도 크게 한 수 배우지 않았나요? 그보다 더 큰 가르침이 어디에 있습니까? 나보다 더 위에도 사람이 있음을 알려 주는 것보다 더 큰 선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더 큰 선생한테 배웠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 그 애 눈에 선생보다 더 커 보이는 선생이 있었던가요? 아무리 많이 알아도 남자가 아니면 안 되었습니다. 그런 배역에야 선생보다 더 적임이 있었겠는가요?
당시에는 그랬었습니다. 허나 그냥 놓아 두어도 더큰 선생을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많이 알면 무엇하겠습니까? 허나 그냥 놓아 두어도 더 큰 선생을 만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요즈음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별로 특별히 하는 일은 없사옵니다. 한 가지, 속의 인간들의 삶을 한 번씩 살펴보며 어떠한 가르침을 내려 보내는 것이 좋은가 생각해 보고 있을 뿐이옵니다.
역시 선생이군요. 선생은 역시 선생일 수밖에 없는 인연인가 봅니다.
아닙니다. 저는 선생님에게는 못 미치옵니다.
아닙니다. 선생은 정말 훌륭한 스승이십니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남사고 선인이 격찬해 마지않으셨습니다.
선생님을 따르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제가 쉽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스승을 만난 때문이지요.....
그런데 공부는 어찌 되어 가고 있습니까?
하는 데까지 하고 있습니다. 헌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요?
선생께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십시오. 가다 끝이 나오면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그러겠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가 보겠습니다.
가다가다 끝이 나오면 거기서 다시 만나십시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과를 기대하겠습니다.
해 보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보십시다.
안녕히 계십시오.
[ 한국의 선인들 2권, 18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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