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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2권)

김가기

by 날숨 한호흡 2009. 9. 25.

 

 

 

* 신라 때 사람으로 당나라에서 최치원과 함께 과거에 합격하였다. 한 수련생이 궁금하다 하여 알아보았는데 필자는 처음에 이 분을 알지 못했다. 당나라에서 조정의 여러 사대부와 서민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승천했다고 한다. 관심을 갖고 보니 역시 선인이었다.

 

* 왼편에 한 사람이 앉아 있는데 행색이 초라하나 내적으로는 상당히 다져진 사람임을 알겠다. 고집이 세고, 어느 한 분야에 전문가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독보적인 부분이 나올 수도 있음직한 인물이다.

 

안녕하십니까?

왜 그러시오?

 

* 쳐다보지도 않는다.

 

혹시 김가기 선생이라고 아십니까?

.....???

 

*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다시 갸우뚱하더니....

 

아이구. 선생님께서 웬일로 이렇게 납시었습니까?

 

선생님은 무슨....

아닙니다. 선생님을 뵙지 못하는 동안 저의 공부는 사실상 진전된 것이 없사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정말로 공부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공부란 게 원래 혼자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배워야 하는 것이 있는바,

저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하였습니다.

허나 배워야 하는 것은 아직 못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전에 일가를 이루셨던 분이 아니십니까?

아이구 과찬이십니다. 제가 무슨 일가를 이루었다고 하십니까?

 

아니오. 선생께서는 상당한 학문적인 경지를 이루어 이미 습득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음은 물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시에 진보적인 주장을 펴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이구. 진보는 무슨 진보입니까? 그저 당시에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말한 것밖에 없사옵니다.

 

그런 생각이 쉽게 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조금만 하면 아무나 날 수 있는 것이옵니다. 허나 당시 사람들이 그 조금의 생각을 하지 않아 나무란 것입니다. 참으로 건방진 짓이었지요.

 

아니요. 그런 선각자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선각자가 아닙니다. 그냥 이책 저책 보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난 것입니다.

 

선생 덕분에 당시의 역사는 20~30년 이상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무슨 한 일이 있겠사옵니까?

 

아니요. 당시에 선생에게 무릎을 꿇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가슴으로 숙인 사람은 아무도 없사옵니다. 그저 당시에 저의 궤변 앞에 잠시 머리를 숙였던 것일 뿐입니다.

 

궤변이 아니었습니다. 당대에 가장 명쾌한 이론가 아니셨습니까?

아닙니다. 감히 우주를 모르는 하룻강아지가 한 소행일 뿐이옵니다.

 

어쨌든 선생은 당시에 위대한 이론가이자 사상가였습니다.

아이구, 아닙니다.

 

요즈음은 무엇을 하십니까?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무슨 공부를 하십니까?

이제야 비로소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있사옵니다.

 

공부다운 공부라니요?

우주에 대한 공부입니다.

 

우주의 무엇에 대하여 공부하고 계십니까?

우주의 본체에 대하여 공부하고 있사옵니다.

 

공부를 해 보니 어떻습디까?

역시 우주는 공부할 대상인 것이 틀림없사옵니다.

 

어떤 면에서 그렇습디까?

모든 면에서 그렇습니다.

 

모든 것 중 하나만 집으라면 어떤 면입니까?

어떠한 것도 답이 없는 것이 없사옵니다.

 

지상에서는 답이 없었습니까?

지상에서는 제가 혼자 공부를 하던 중 답이 없는 것이 절반은 되었습니다. 그 절반 중 대부분은 우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주는 선생에게 모두 있지 않습니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못 하였습니다. 모두 외부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외부에도 모두 있긴 있으나 찾는 눈이 없으면 안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부에도 모두 있고, 외부에도 모두 있으나 어느 한쪽도 전부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랬습니다. 하긴 한 번에 전부 본다는 것이 무리이기는 하지요.

저의 경우는 특히 그랬습니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두 저의 무능 탓인가 하옵니다.

 

과한 겸손이십니다.

아닙니다. 진정입니다.

 

한 번 더 밀어보시지요.

해 보기는 해 보겠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알았습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그러시지요.

 

* 본인의 고집으로 상당한 학문적 경지를 이루었음에도 아직 깨이지 못한 부분이 있어 공부중이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7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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