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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2권)

정약용

by 날숨 한호흡 2009. 9. 23.

 

 

 

 

* 상당한 연륜을 가진 학자풍이다. 독서량이나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이 가늠하기 어렵다. 이렇게 습득된 지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이다. 65~70% 완성으로 상당한 양을 쌓아 올리기는 했으나, 아직 확고한 신념을 가지기에는 부족하다.

 

선계의 등급으로 0등급에 해당한다. 허나 지식으로 순도를 놓고 본다면 60%는 외부에서 구한 것이 익어 있으며, 나머지 40%는 자신의 세계를 가꾸고 있다.

 

오랜만입니다.

 

* 반말을 할 터수는 아니나 그렇다고 존대말을 할 수는 없는 사이이다. 하지만 존대말로 시작해 본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어찌 지냈습니까?

항상 여일하옵니다.

 

공부는 잘 되십니까?

공부랄 게 있습니까?

 

당대에 선생을 따라갈 사람이 없지 않았는가요?

그렇기는 하옵니다만, 공부란게 워낙 끝이 없는 것이 되어 놓아서요.....

 

그래도 끝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 끝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끝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듭니다.

 

언제 그런 생각을 하시었나요?

수년 되옵니다. 수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끝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 후 어느 날 다시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하옵니다.

 

* 대하는 태도가 공손해졌다가 아니다가 한다.

 

그래요......, 끝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 것 같으십니까?

아마도 제 안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선생이 무엇인데 선생 안에 공부의 끝이 있단 말씀이오?

아마도 제가 우주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었소?

어느 날 공부 중에 갑자기 제가 우주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연유입니까?

예. 공부중에 제가 제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사옵니다.

 

어찌 그런 생각이 드시었습니까?

공부중 제 몸을 하나하나 보니 제 몸이 제 것인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걸 어찌 아시었습니까?

공부중 내려다보니 제 몸이 없고, 약간의 물질만 있었사옵니다.

 

* 정육면체, 삼각뿔, 작은 주사위 모양 등이 6~7개 정도 인체가 있어야 할 공중 부분에 군데군데 떠 있다.

 

그게 무었이었습니까?

제가 있기는 있는데 보이는 것은 몸이 아니고 물건만 몇 개 있는 것이었습니다.

........

이 물건들은 모두 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누구의 것이었습니까?

아무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존재할 뿐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었습니까?

제 것은 분명히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것도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었습니까?

누구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대개 물건의 주인이 있으면 주인의 파장이 느껴지는 법인데, 아무런 기운의 파장도 없이 그냥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요?

분명히 그랬습니다.

 

선생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약용 아닙니까?

 

정약용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약용은 정약용이라고 생각합니다.

.......

 

* 그냥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

 

* 짧은 탄성.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어찌 이제야 오셨는지요?

 

그렇게 되었네요.

너무 오랜만에 뵌 것 같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었구먼 그래요.

부끄럽습니다. 선생님을 뵙지 못하여 아직 이렇게 있습니다.

 

아닙니다. 공부 많이 하셨습니다. 역시 선생은 선생이군요.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한번 해 보시지요. 다시 보십시다.

알았습니다.

 

* 인사한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6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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