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습니다. 바람 한 점 없던 하늘에 산들바람이 불었습니다. 제 앞에 있던 말이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장군도 그 옆에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앉았습니다. 이들이 앉아 있는 것은 지구의 지운에 동화됨을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앉자마자 땅과 하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지구에서도 지치지 않는 힘을 얻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앉아 있던 장군이 일어나자 말도 다시 일어났습니다. 충분히 기운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장군이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바다가 하늘과 닿아 있었습니다. 그 바다 가까이의 해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라보고 있던 사이, 그 먼 곳에 있던 사람들이 땅이 좁혀지면서 차차 다가왔습니다.
저와 장군과 말은 그대로 있는데 그들과의사이에 있던 땅이 점차 좁혀지며 그들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땅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없어지고 있었으나 사람들이 서 있는 부분과 우리가 서 있는 부분만 그대로인 채 좁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형성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훈련 모습을 보니, 수백 명의 병사들이 칼과 창, 방패로 훈련을 하고 있었으나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병기를 들었기에 병사이지 복장은 평복이었으며, 훈련하고 있는 주변에는 농기구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습니다. 훈련을 시키고 있는 사람도 전투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며, 구령도 약하고, 그나마도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그 대장의 힘 없는 구령을 따라 창법이나 검법을 익히고 있는 병사들은 정신은 맑아 보였으나, 육신에는 힘이 없는 것처럼 문어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장군이 일어서서 그들의 옆으로 걸어가자 말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이들은 장군이 옆에 가는데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자신들의 행동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장군과 말은 차원이 다른 곳에서 그들을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사랑과 영혼' 이라는 영화에서처럼). 장군은 그들을 볼 수 있었으나 그들은 장군을 볼 수 없는 상태로 있었습니다. 한참 훈련을 하던 이들은 자리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농부들의 노래였습니다.
아내와 자식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낮에는 논밭을 매고, 밤에는 실을 잣고,
오랑캐도 왜구도 자꾸만 쳐들어오는데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나?
이 넓은 세상을 어떻게 지키나?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사를 디어야 하는데.
임금님은 무엇을 하시나?
우리는 이렇게 훈련을 하고 있는데
임금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나?
그들의 노래가 산으로 바다로 퍼져 나갔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2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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