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의 얘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칼끝으로 그려진 그 사람은 당시 아이였던 저보다 약간 큰 키였으나 상당히 강건한 체격이었습니다. 키는 작아도 느낌으로는 어른을 축소해 놓은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적(氣的)인 상태이므로 키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 가능하였던 것 같았습니다.
비록 선으로만 이루어졌으나 확실히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또 다른 형상이 나타나는지 다시 칼끝을 주시하여 보았습니다. 다시 칼끝이 움직이며 어떠한 형체를 그려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칼이 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좌로, 우로, 위로, 아래로, 칼이 움직이며 그려 낸 그림은 이번에는 말이었습니다. 칼이 허공에 그련 낸 말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상당히 강건하고 체격이 좋은 말이었습니다. 그림 속의 사람이 타기 알맞은 크기로서 전투용은 물론, 어떠한 목적에 사용한다고 해도 충분한 강건한 말이었습니다.
사람과 말.
저는 다시 칼에 의식을 주입하고 나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제는 칼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사람과 말이 움직기 시작하였습니다. 허공에 있는 사람과 말, 즉 사람과 말의 형상을 한 기운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만나자 서로 탐색을 하다가 사람이 타려고 하자 말이 처음에는 버텨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서로에게 익숙해지자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말에 올라타서 이리 저리 고개짓을 하며 돌아보더니 서서히 걷다가 점점 속도를 빨리하여 달음박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던 중 사람과 말이 차차 천연색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느낌도 점차 구체화되어 이제는 앞에 있는 현상이 사실인 것처럼 믿도록 되었습니다. 말은 사람을 당하지 못하겠는지 등에 사람을 태우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의 먼 거리를 달려갔다가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산과 물을 건너고, 논둑을 따라 뛰는데 물 한 방울, 풀 한 포기 다치지 않고 그 위로 바람처럼 말발굽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사람 한 명과 말 한 마리가 달리는데 온통 천지가 가득 차는 것 같았습니다. 어떠한 말과 사람도 이러한 장관을 연출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장군이 되고, 장군은 칼과 창, 활 등 무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말 역시 아주 훌률한 마구를 갖춘 늠름한 형상으로 변하여 있었습니다. 저의 시각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들이 아주 멀리에서 뛰어다니고 있어도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조정되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움직임을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어떠한 모습을 보려 하면 보고 싶은 모습으로 보이므로 더욱 재미가 있었습니다.
들로, 산으로, 강변으로, 한참을 뛰어 다니던 말이 서서히 멈추어 섰습니다. 제 앞에 돌아와 선 말이 숨하나 가쁘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 말은 전혀 지금까지 그렇게 뛰어다니지 않았다는 듯이 가벼운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어느 새 사람도 말에서 내려서 옆에 서 있었습니다. 둘은 호흡을 맞추어 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려지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주변의 어느 하나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2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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