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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2권)

이순신(12)

by 날숨 한호흡 2009. 9. 10.

 

 

 

이들의 대부분을 전국 각지로 떠나 보낸 후 얼마간 평온한 날들이 흘렀습니다. 순신은 나머지 병사들을 이끌고 부대를 정비한 후 전투 준비를 하였습니다. 왜구가 침략하여 노략질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는 소문도 들렸습니다. 벌써 왜군이 상륙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순신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중, 어느 날 저 멀리 수평선에 왜군의 선박들이 보였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온 왜군의 선박들이 아군과의 접전 없이 육지에 접근하여 왜병을 하선시키자마자, 포구에 있는 군인 몇 명과 동네 사람들의 연합군과 육박전이 벌어졌지만 아군의 일방적인 패배였습니다.

 

왜군들은 순식간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유린하며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죽고, 부녀자들이 겁탈당하고, 아이들이 굶주리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순신은 이것을 보고 부대에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군과 적군이 마주치며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말로만 듣던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순신은 자꾸만 밀리는 아군을 독려하며 계속해서 나타나는 적을 쳐 나갔지만, 적군은 배에서 끊임없이 하선하여 아무리 무찔러도 끝이 없었습니다.

 

수없이 무찔렀건만 이제는 정말로 더 이상의 방법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지치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기세에 눌릴 지경이었습니다. 순신이 큰 소리로 무찌르라고 명령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부대원은 한 명도 없고, 자신 혼자서 전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적을 막아 내기는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군들이 자신의 옆을 통과하여 마구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막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적병이 다 지나간 후 혼자 앉아 있는 순신에게 갑자기 절망이 몰려왔습니다. 문득 바로 앞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갑자기 저 멀리로 밀려 나가면서 무리를 지어 마을을 약탈하러 가는 적병들의 모습이 희미해져 갔습니다.

 

순신이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아무리 따라가도 적군들은 자꾸만 멀리로 달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아주 먼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앞의 그림이 사라졌습니다. 순신은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기운으로 만든 장군과 말이 앞에 서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만져보려 하니 만져지지는 않았으나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이들의 기운이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순신은 이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여 소리치며 그대로 있으라고 하였지만 이들은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순신은 지금까지 앞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린 장군이 자신과 한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군의 모습이 너무도 선연하였습니다. 더욱이 그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의 자신인 것 같았습니다. 틀림없이 사람들이 순신 장군이라고 불렀고, 자신도 그 영상 속에 녹아들어 장군인 것처럼 행동하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칼로 만든 기인(氣人)의 안에 들어가서 행동하고 있었고, 그것을 또 하나의 자신이 옆에서 보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둘로 나뉘어 하나는 그림 속에 들어가고, 또 하나는 밖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자신이 둘이었던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하나는 환상 속에 들어가 행동을 하고 있었으며, 또 하나는 밖에서 보고 있던 자신이었지만 누가 진짜 자신인가는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자신이 환상 속의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도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둘인 것도 같고, 어쩌면 하나인 것도 같은 그러한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꿈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앉아 있는 자신도 현실이었으며, 장군으로서 전투를 하였던 순간도 현실이었으며, 본 것들 모두가 역시 현실이었고, 너무도 생생하였습니다. 저는 미래의 저와 한반도의 모습을 미리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2권, 13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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