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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한국의 선인들(1권)

황진이(7)

by 날숨 한호흡 2009. 6. 17.

 

 

 

진이 오랜만이야.

그간 건안하셨사옵니까?

 

나야 항상 좋으네. 자네는 어떤가?

선계는 항상 좋습니다. 오늘은 어쩐 일이시온지요?

 

그냥 보고 싶었네. 자네와 이야기도 좀 할 겸해서...

속(俗)에서도 힘드시지요?

 

자네가 와 보아서 알겠지만 '속'이 어지 편한 곳인가?

그러실 것이옵니다. 그래서 근래 들어 '속'에 내려간 선인들은 전보다 많이 공부를 하고 오는 것 같사옵니다.

 

자네의 공덕도 참 대단하네.

무슨 말씀이온지요?

 

어떻게 하고 왔길래 근래에까지 속(俗)의 남성들이 자네 이야기만 하고 있나?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내 희곡 선생님이 자네를 소재로 한 오페라 대본을 준비하고 계신다네...... 그래서 한바탕 토론을 했네만, 자네가 선인이 아니라 그저 잘나고 유식한 기생이면 좋겠다는 말씀이시더구만.

(웃는다) 그렇습니까?

 

나는 자네가 어떤 방법으로 그런 공부를 했는지 아직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네.

그러실 것이옵니다.

 

자네가 '속'에서 무언가 남기려고 한 일이 무엇인가? 단지 양반이나 선사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그런 일을 했다고는 보지 않네만......

그렇습니다.

 

헌데 자네는 그런 일들을 통하여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메시지를 남기려 한 것 같은데 말이야. 아직 그 문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어.

깊이 생각하실 것 없사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고 계신 일과 똑같은 일이옵니다.

 

아니지, 방법이 문제 아니겠나? '속'에서 속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속'에서 사용한 교화 방법상의 차이지. 이를테면 자네가 인간으로 왔을 때 다른 남정네들을 대함에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는지 하는 것들일 테지.... 안 그런가? 남자에게 있어 여자와, 여자에게 있어 남자는 항상 영원한 숙제 아니던가?

그런 것 같사옵니다.

 

나는 아직 그것을 잘 모르겠네.

그런 점이 있으실 것이옵니다.

 

자네는 남자들을 대함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임했나?

저는 커서야 선계의 일원임을 알았습니다.

 

언제 알았는가?

저를 그리다 죽은 총각의 상여에 옷을 얹어 주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떤 계기가 있었는가?

며칠 후 잠결에 갑자기 앞이 환해지면 도인 한 분이 나타나셔서 이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자네는 이승에 온 임무가 중생들의 교화이니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누구던가?

선생님 아니셨사옵니까?

 

그랬던가?!...... 그러고 나서 어떻게 살았는가?

그 후로는 항상 골똘히 생각되는 것은 선생님과 선생님이 남기신 과제였습니다. 잠결인 것 같았으나 분명히 잠결은 아니었던 것이, 일어나서도 너무나 생생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과제를 풀기 위한 생각과의 싸움을 몇 달 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느낀 것을 제가 '속'을 떠날 때까지 거의 지키며 살았습니다. 가끔은 장난을 하기도 하였으나 그런 것까지 모두 큰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자네를 왜 만나려는지 알고 있는가?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선생님의 뜻을 펴기 위한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달리 생각되는 것은 없는가?

없사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 제가 무슨 다른 생각이 있겠사옵니까?

 

그 후로는 다시 내려온 적이 없던가?

없었사옵니다. 아직 그 때 내려갔던 당시 한 일에 대하여 선계에서 다 풀어 놓고 있지 못하옵니다.

 

그럴 것이네. 차츰 나하고 보따리를 풀어 보세.

불러 주시면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다시 보세.

안녕히 계십시오.

 

 

* 이후 필자는 다른 일에 바빠 황진이와의 만남을 미루고 있다.

 

 

 

[ 한국의 선인들 1권, 26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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