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정말로 경건하였습니다.
주변은 고요하였으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오로지 경건함으로 주변을 가득 채울 수 있음은
선계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들은 제가 계속 행사를 지켜 보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선생만은 저에게 일정한 파장을 보내 주고 계셨습니다.
아주 가늘고 강한, 너무 가늘어 있는 듯 없는 듯한 기운의 파장이지만
너무나 강한 기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의 파장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저에게만 보내지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 행사가 벌어지기 전에 제가 서 있던 자리는
선생의 집 마당이었으나 선생의 집은 어디로 가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의 한가운데에서 행사가 치루어 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변의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없었습니다.
그저 풀과 나무만이 바람 한 점 없는 가운데 치루어지는 이 행사를 지켜보며,
정적을 깨뜨릴까 걱정되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
전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평소 그 많던 곤충도 한 마리 없는 완벽한 식물의 세계였습니다.
많은 풀들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있는 가운데 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풀과 나무 역시 행사 참가자였습니다.
지금 행사중인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은 하늘에서 내려온 기운과
땅에서 발원되어 하늘로 올라갔던 기운이 다시 한 줄기로 엮이어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풀과 나무는 가장 순수한 기운을 위로 올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던 중 의식을 치르고 있는 모든 참가자들이
점차 하나의 기운으로 뭉쳐지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기운상으로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의 주변을 가늘고 긴 흰색 기운이 엷게 감싸고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주 엷은 흰색 기운이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이 이 기운을 조용히 들이마시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운이 점차 밝아져 가고 있었습니다.
밝아져 가는 기운에 실려 이들의 모습이 점점 환히 드러나 보였습니다.
[ 한국의 선인들 1권, 19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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