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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105)

by 날숨 한호흡 2008. 5. 15.

 

 

 

지금 수련을 그만둔다는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까지 오는 것은 또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던가?

지금 이 시간 어머님은 나 말고도 살펴드릴 수 있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반드시 내가 살펴드려야 할 사정은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이 불효일 수 있으나

진실로 중요한 것이

모친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 하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수련이란 것이 끝없는 고뇌를 통하여 자신이 껍질을 벗기고

본성을 찾아 들어가는 길이다.

고뇌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아마도 수련의 길에 들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겪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한 고민조차도 지금 내가 겪어야 할 고민인가 아닌가를

알고 가야 하는 것이었다.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고민에서 어떠한 해답을 얻고 빠져 나올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올바른 해답을 도출하였다면 그것은 올바로 공부를 한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올바른 공부를 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동막선생이 보기에 지금 지함에게 주어진 과제는 적당한 것 같았다.

어린 나이지만 나이에 비례하여 어리게 사용할 재목이 아닌 것이다.

어린 나이라고 해서 평범한 수법으로 시험에 볼만큼 대충 사용할 재목이었다면

그대로 속(俗)에서 공부하도록 놓아두었을 것이다.

따라서 동막선생은 다소 과하게 보일 수 있는 시험에 들게 한 것이었다.

만약 저렇게 아프시다가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지함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많은 갈등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동막선생이 보기에도 지함은 수련에 든 이후

가장 깊은 고뇌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동막선생은 지금 이 순간 지함의 고뇌를 끝까지 올려 보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였다.

 

동막선생이 지함의 앞에 선화(仙畵)로 보이는 모친의

아픔의 강도를 더욱 높이자 모친은 이제 모로 누워서 신음을 하고 있었다.

더 없이 고통스러운 모친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지함은 지금 이것이 선화인지 모르고 있다.

하지만 선화란 것이 어디 그림인 것 같은 그림이던가?

사실보다 더욱 사실 같은 그림인 것이다.

계속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면 아마도

어린 지함은 두 가지 중의 한 가지를 택할 것이었다.

하나는 수련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지금 앞에 보이는 속의 모든 것을 등뒤로 하고

다시 수련에 드는 것이다.

 

지함은 모친의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하였으나 결국 하나의 답을 찾아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 그림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친에게로 돌아간다면

돌아가실 정도의 중한 병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병을

의원도 아닌 내가 어찌 할 것인가?

 

지함은 냉정하고 싶었다.

나의 일이 아닌 것이다.

내가 간다면 자리를 지키고 심부름을 하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오직 수련이다.

수련을 안 한다면 어머님은 실망하신 나머지 더욱 고통스러워하실 것이다.

더욱이 자신으로 인해 자식이 공부를 하지 못하였음을 아신다면 어머님의

고통은 더욱 크실 것이며, 그것은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불효인 것이다.

내가 지금 공부를 파하고 집에 간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만약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머님께 더욱 혼란만 드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차라리 수련을 열심히 하여 그것으로 위로해 드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나

내 어머님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올곧은 분으로서

인근에서 칭송이 자자한 어머님인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전에 자신이 문디와 독남이에게 했던 것과 같은 초능력을

발휘해서 사태를 호전시킨다는 것은 더 이상 용납이 안 될 것이다.

그 때는 모르고 하였으므로 통할 수 있었고

스승님께서도 용서해 주셨던 것이다.

지금은 안 될 일이다.

마음으로라도 위로를 보내드려야 할 일이다.

지함은 동막선생이 보기에 기특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어머님께서는 내가 수련을 하는 것을 원하실 것이다.

 

"어머니"

그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던가?

인간에게 더 이상이 없을 수도 있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더욱이 소년에게 모친의 존재는 이 세상 그 전부일 수도 있었다.

그 전부를 걸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흔들리지 않으려 하였다는 것은

적어도 속세에는 더 이상 흔들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동막선생은 어린 지함을 수련으로 인도하기 전에

지함이 금생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미 보아온 것이다.

 

선인으로서의 지함.

지함이 금생에 하여야 할 일들.

금생에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을 짚어보고 자신 역시 지함의 지도를 위하여

속(俗)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던가?

자신은 지함의 공부가 끝나면 더 이상 속세에 있을 일이 없었다.

동막선생으로서는 속세를 떠난다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몸 역시 전에 곱게 생활했던 한 노인을 잠시

쉬도록 해 놓고 그 노인의 몸을 빌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잠시 속세를 방문할 방법을 생각하던 동막선생은

지함의 스승으로 적당한 풍채와 지식을 가지고 있던 노인을 발견하고

그 노인에게 잠시 신세를 지기로 한 것이었다.

평소 곱게 생활하였으면서도 때로는 친지들을 찾아

장시간 먼길을 떠나곤 하던 노인의 습성을 잘 알고 있던 동막선생은

어느 날 노인을 잠시 영계로 불러 담판을 하고는 몸을 빌렸던 것이다.

물론 노인의 집으로는 가끔

동막선생이 노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서신을 보내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음을 전하여 주었으므로 가족들은 궁금하기는 하나

전에도 그렇게 떠나서 오래 타향으로 돌아다니기도 하는 것이

노인의 취미이기도 하였던 까닭에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일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기간 지상에서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가끔 사용되고

있었다. 그 노인 덕분에 동막선생은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었다.

선계의 시간과 인간들이 느끼는 시간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선계의 시간은 우주 전체를 총괄하는 시간이었으나

속세의 시간은 지구에서만 적용 되는 시간이었다.

선인의 경우 우주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의 차이를 이용하여

앞뒤로 이동이 가능함으로

이 지구의 시간이 절대적인 기준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선인들 자신에게 시간이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 시간에 얽매여 어떠한 일을 할 수 있거나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선인의 입장에서는 시간 역시

우주만물의 진화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잣대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조물주의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나 점차 조물주의 능력이

성장하면서 우주의 진화단위의 기준으로 정해 놓았던 시간이

조물주의 관리능력범위 내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조물주도 점차

부분적으로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음을 알고 나서 보다 적극적으로 시간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조물주에게 시간은

얼마든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였다.

 

특히 지구에서의 시간 조절은

우주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과 차이를 이용한 것으로서

선인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시간이

온 우주에서 통용되는 기준 시간이라면

지구의 시간은 지구에서만 통용되는 시간으로서

우주의 시간의 일부에 해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 시간의 차이는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으

로서 우주의 시간이 절대적인 시간이라면 지구의 시간은 지구에서는 절대적

인 것이나 우주의 입장에서는 단위시간의 일부에 속하는 상대적인 시간이라

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주에서 지정해주는 조건으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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