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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104)

by 날숨 한호흡 2008. 5. 14.

 

 

 

사행(思行)일치의 세계와 사행(思行) 불일치의 세계

동막선생은 인간의 생각이 이렇듯 몸과 별개로 존재함으로서

이들이 몸을 놓아둔 채 생각만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고 있으며, 이것을 발전시키면 상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고 있기도 하였다.

 

이렇듯 생각과 행동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많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주는 요인 중의 하나로서 지구

의 강점이기도 하였다.

 

지구의 인간들은 이루어지지 않을 일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

면서 지냄으로서 이것이 다양한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이 문제

들로 인하여 서로 간에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인간들은 서로 출제한 문제들을 앞에 놓고 시험을 치르고 있었

으며, 이 문제들로 인하여 선계의 지원이 없이도 영적인 승급을

이루고 있었다.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며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인간들은

이것에 익숙하여 있었으며 이것이 시험인지도 모르고 생활하고

있었다.

 

선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에서는 어줍잖은 인간들이 자체에 내

장된 시스템으로 스스로 정화되어 우수한 자질을 가진 선인 후보

생들이 저절로 드러나게 됨으로 일일이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편

리한 면이 있었다.

 

이들의 시스템은 이렇듯 인간의 마음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역할

을 하고 있었다. 신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설계는 상당히 복잡한

것이어서 아무나 손 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정교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정확한 평가를 해주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선인은 9등급 이상에서도 상급에 해당하는 선인들

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참으로 엉망인 것 같으면서도 일정 시간을 경과하고 나면 반드시

그것이 밝혀지고 그 밝혀진 결과가 정확한 것, 인간들은 이 시스템

을 "역사의 심판"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다소 시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조급하지만 않다면

우주의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있는 정도였다.

 

지구는 참으로 잘 설계된 별이었다.

동막선생은 처음에는 이렇게 엉망진창인 별도 있는가, 이러한

별에서 선인들이 무슨 공부를 한다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였으나

점차 그 설계의 정밀성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얼마간의 시간차가 있기는 하였으나 모든 것이 정해진 것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우주의 법칙에서

어긋나는 것이 없어 보였다.

 

나도 저러한 시험을 본다면 100% 정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아주 고난이도의 시험으로서 이러한 시험에서는 선인들조차도

오답을 제출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넘어가는 법은 없었다.

허나 선인들이 등급 향상을 위하여 지구에서 이러한 시험에 들었을

경우 완벽한 정답을 제출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때는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한계 내에서

답안을 제출하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동막선생이 보기에는 이러한 속에서 지함은

모든 문제에 대하여 비교적 많은 점수를 얻고 있었다.

지상에서 생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선계의 영향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본인의 심지가 비교적 굳어서 작은 흔들림으로부터 영

향을 받지 않는 것도 공부를 함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란 때로는 선인의 상상도 벗어날

정도로 미로 같은 추적과정을 거쳐 답안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지함은 아직까지는 속세에서 그런 정도의 난이도

높은 공부를 하도록 정해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과정을 보면 그러한 문제가 출제되었을 경우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를 대충 알 수 있었다.

동막선생이 보기에는 지함은 어떠한 문제가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선계에서 내려온 인간의 수준에서는 최상의 득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근거는 지함이 기본이 충실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음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인간으로서 기본이 충실하다 함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이상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자신의 것이라고 해도

때가 아니면 구하지 않아야 했다.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준비할 때가 온 것이므로 때가 오지 않은 결과는 또 달랐다.

 

지함은 비교적 후한 득점을 하고 있었으나 기력(氣力)이 약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기력이 생각보다 강함으로 인하여 다른 유형의 시험에

들게 된 것이었다.

 

동막선생은 다시 생각하였다.

시험을 치르는 방법은 마음고생을 하도록 하는 방법과

몸고생을 하도록 하는 방법,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치르는 시험유형과

특수한 사람들이 치르는 시험유형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외에도 속세로 돌려보내서 시험해 볼 것인가?

아니면 이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할 것인가?

지함이 하는 것을 보아서는 어떠한 시험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다.

 

하지만 어쨌든 시험을 보기는 보아야 할 것이었다.

이런 경우 시험이라는 것이 본인이 알 수 있도록 치러지는 경우는 없었다.

평상시 일과 속에서 본인이 모르게 치러지는 것이었다.

본인이 알게 치러지는 시험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본인이 모르게 치러지는 시험은 준비를 할 수 없었으며 평소의 모든 것이

대상이 되었다. 즉 지함이 행동하는 것을 따라 다니면서 지함의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을 채점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나오기도 하며 큰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였으나

그 정도는 마음의 파동이 얼마나 크게 발생하여 언제까지 지속되는가 하

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그 문제에 대한 답안 역시 마음과 행동으로 평가되므로

상호간에 교류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으나

사실상 이보다 더 정확한 시험은 없었다.

 

선계의 시험이란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그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으로서 결과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지함은 어린 나이지만 선계에 들어와서 공부하는 동안 생각하는 것

하나 하나가 아직까지는 벗어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시험이란 것이 평상시에 늘 치러지는 것이므로 별도로 특별한 의미가 없

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속에서 동막선생은 새로운 파장 하나를 지함에게

던져보기로 한 것이다.

 

갑자기 지함의 앞에 모친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잘 공부를 하여오고 있었던 것인데 갑자기 모친이 나타난 것이

다.

모친의 영상인지 알 수 없으나 이곳에서는 실물과 기(氣)적인 모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의 모친인지 확연히 분별이 되

지는 않았다.

더구나 지금 이 시간에 모친이 앞에 나타나실 일이 없을 것이다.

헌데 어쩐 일인가?

 

'어머니'

수련에 들어 별로 생각지 않았던 분이었다.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집에는 별일 없을까?'

공부에 들어 이것이 수련인가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지함의 앞에

가장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다.

지함은 모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모친이었다.

헌데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어딘가 아프신 곳이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

입속에서 말이 맴돌았다.

소리를 내면 어머님께 전해질 것만 같았다.

물어보려고 해도 지금 정말로 아프신 것인지 여부를 모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안색을 보아서는 분명 아프신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저렇게 얼굴을 찌푸리고 계신 것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바느질거리를 손에 든 채로 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계신

것이다.

 

'어디가 아프신 것일까?'

지함은 어머님을 뵙는 순간 자신이 지금 공부중임을 잊을 뻔하였다.

공부중이라는 것은 다양한 시험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지금 공부중이다. 아프신 어머님을 찾아 뵙는 것과

공부를 계속하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 것인가?'

지금 공부를 그만두려 하면 그만 둘 수는 있을 것인가?

 

아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스승님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지함의 마음속에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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