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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계수련 교과서/소설 선(仙)

소설 仙 (096)

by 날숨 한호흡 2008. 5. 3.

 

 

 

결국 작은 문제를 잘 풀어내는 것이

큰 문제를 잘 풀어내는 것이었던 것이다.

작은 문제에서 걸림돌이 생기면

큰 문제에서도 넘어갈 수 없었다.

 

수 백 층의 계단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간에 받치고 있어

어느 한 계단이 정확하게 설치되지 않으면 조금은 더 쌓을 수 있어도

그 위로 더 높이 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 작고 사소한 것은 없다. 작게 보일 뿐인 것이다.'

지함은 모든 일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여야 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었다.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전체를 소홀히 함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부를 한다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탑을 쌓는 것과 같아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소용없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작은 것을 소홀히 한 탓에...

상상할 수 없이 작은 것들이 모여 이 우주를 구성하였으나

그 작은 것들을 통하여 큰 것을 볼 수 있는 곳.

 

'우주'

'하늘'

'파장으로 모든 것이 구성되어 있고 파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곳'

이 파장 중에는 아주 작은 것을 표현하는 것도 있고 아주 큰 것을 표현하는 것도 있어서

어느 한 파장을 받음에 소홀함은 곧 평생의 공부를 한 순간에 소멸시키고

무위로 만들어 버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었다.

 

파장은 곧 모든 것의 원인이며, 과정이고, 결과였던 것이다.

파장은 우주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며, 모든 것을 가능케 만드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가 생각한 일을 남들이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벌린 일에서 발생되는 파장이 의외로 멀리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작은 것이 없고 가벼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놓친 것을 남들이 알며 내가 실수한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감추어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모두 샅샅이 드러나고 있었다.

감추고 싶어한다면 감추고 싶어하는 것까지도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파장으로 이루어져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도 드러나는 곳.

 

행동만이 아니었다.

생각하는 것까지도 모두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생각까지도 드러나고 있었다.

손짓이며 발짓이 전부 드러나고 있었으며,

이것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조차 전부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는 없었지만

사방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만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으로 있을 때에도 이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있었다.

등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 때 이러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헌데 지금은 그 기분이 한결 더 강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지만 그 느낌이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사방에서 압박하여 조여오는 기분!

그 느낌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살펴보니

자신의 어디에도 감시의 눈길에서 비어있는 곳이 없었다.

전신의 구석구석의 하나 하나까지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쩌면 전에 1단계를 넘으면서 모든 세포들의 감각이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 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털끝을 살짝 스치는 가볍디가벼운 일도,

전 같으면 느낌이 없을 정도의 아주 적은 느낌에도 민감하게 느낌이 오고

그것을 자신이 과민하다고 할 정도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겨우 1단계를 넘었을 뿐인데 이렇게 되는 것일까?'

지함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몸의 전부로 우주 기운이 통하는 것 같았다.

마치 바람 같은 것들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지나간 것이 다시 들어와서는 다른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기운도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운이 움직이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일까?'

아니었다.

그것과 그것과는 감각이 달랐다.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과 기운이 온몸을 살피며 지나가는 것은 달랐다.

기운이 지나가는 것에도 민감하고 다른 감각도 민감해 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앞에 보이는 것도 달라진 것 같았다.

왠지 멀리 잘 보이는 것 같았다.

선화를 보면서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대로 보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이 보고 싶으면 가까이 보이는 것이었다.

많은 부분이 마음대로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동의 자유, 이것이 바로 행동의 자유인가?

생각의 자유?

생각의 자유는 아니었다.

생각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지금도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남의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이다.

스승님의 눈에는 더욱 잘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엇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사실은 그것도 아닌 것 같은 이것을 무엇이라고 하여야 할 것인가?

 

어쨌든 생각이 행동화하는 단계,

생각만으로 어떠한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는 단계에 오른 것 같았다.

지함은 과연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어떠한 시험을 해볼 것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만치 큰 바위와 같은 것이 보였다.

바위였다.

아마도 한 길은 족히 넘을 정도의 높이에 폭이 그 서너 배는 되는 바위였다.

기분 상 어쩐지 들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의 몸으로서는 감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작은 집 한 채와 맞먹는 정도의 바위가 아닌가?'

저것을 들어올린다?

그러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들어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잡을 수만 있다면 들어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잡지 못한다고 들어올릴 수 없다는 법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생각의 전환...

 

'잡지 않고도 들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것이 건방진 생각이 되어 스승님께 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도 마음은 편하였다.

인간으로 있을 때는 마음에 걸리는 어떠한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불편하였다.

헌데 마음이 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기준이 다른 것일까?

해보아도 되는 것인가?

 

이곳의 기준이 다르고 나의 역량이 달라졌다면

해보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타에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해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지함은 바위를 향해 다가갔다.

다가가서 보니 바위가 아니고 솜 같았다.

아니 솜 같은 느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바위가 아니고 솜이라? 이럴 수가 있는가?'

해보겠다고 마음먹자 바위가 솜처럼 가벼워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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